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층이 서로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국민의당 일부 중진 의원들이 야권 대선후보 통합 경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지층 성향을 놓고 보면 지난 2012년 대선에 비해 야권 단일화의 명분이 갈수록 줄어드는 분위기다. 19대 대선의 ‘3자구도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매일경제가 22일 리얼미터의 9월 반기문·문재인·안철수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3자 구도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36.2%가 ‘반·문’ 양자대결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를 선택한 안 전 대표의 지지층은 42%에 불과했다. 답변을 유보한 응답자(21.8%)까지 고려하면 안 전 대표 지지자 10명 중 6명이 ‘반·문’ 대결시 문 전 대표보다는 반 총장을 뽑거나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자 구도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응답자 중 43.3%만이 ‘반·안’ 양자 대결시 안 전 대표를 지지했다. 반 총장(24.4%)을 선택하거나 답변을 유보한 응답자(32.3%)가 절반을 넘었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이 안 전 대표를 선택할 가능성이 반대의 경우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문’ 양자대결 구도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한 응답자 중 54.3%가 ‘반·안’ 대결시 안 전 대표를 선택했다. 절반에 가까운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반면 반 총장과 안 전 대표의 대결에서 ‘안철수’를 선택한 응답자 중 64.1%가 ‘반·문’ 구도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했다
지난 7월 리얼미터 3자 대결 조사에서는 안 전 대표 지지층이 ‘반·문’ 대결 구도에서 문 전 대표(38.7%)보다 반기문 총장(44.1%)을 선호하기도 했다.
다른 잠룡들의 지지층 성향 또한 다양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반·문·안’ 3자 대결에서 반 총장보다 안 전 대표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 지지자들 중 35.7%가 안 전 대표를, 26.5%가 문 전 대표를 선택했다. 반 총장에 지지를 보낸 응답자는 25.8%로 가장 적었다. 당보다는 ‘중도·개혁’을 추구하는 지지층이 많다는 뜻이다. 리얼미터 측 관계자는 “유 의원은 야권주자 지지를 잠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더민주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지지율도 고스란히 문 전 대표의 몫은 아니었다. 박 시장 지지자 중 상당수(33.5%)가 반 총장을 지지했고, 김부겸 의원 지지자들 중 35.3%는 안 전 대표를 선택했다.
손학규 전 고문을 뽑은 응답자 중 절반인 49.8%는 야권 후보인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보다 반 총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현재 야권 내부에서는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야권 대선후보 통합 경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이날 원혜영·백재현 더민주 의원과 주승용·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등은 오찬 회동에서 이같은 방안과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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