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격돌하면서 대정부질문이 연기되는 등 국회가 파행을 겪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미르재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등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정기국회 일정 진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3일 여야는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치 흥정이 안되니까 이런 힘자랑,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명분이 없다”고 더불어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원내대표의 공동 방미를 언급한 뒤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방미 일정이 끝난 뒤 또다시 이를 꺼냈다”며 “국민과 국정은 안중에도 없는 더민주의 무책임한 처사에 대해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단호하고 결연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열린 의총에서 여당 의원들은 돌아가며 단상에 나와 한목소리로 야당을 성토했다.
유민봉 의원은 “더민주가 해임건의안을 내놓으면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며 “특조위 연장을 3루에,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2루에 갖다놓고 해임안 갖고 외야플라이 날리겠다고 타석에 들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해임건의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이분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만한 행적이 밝혀졌다. 이런 분이 장관이 된다면 정말 많은 국민이 절망할 것”이라며 “다수 서민의 분노를 받아 야당이 정부·여당과 청와대에 보내는 또 하나의 국민적 경고”라고 밝혔다.
이날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해임건의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과반수인 151명 이상인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을 합쳐도 132명이라 국민의당 내에서 19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안 제출에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 “국민의당이 야당 범주에 속하지만 이성적, 합리적으로 사안을 보고, 결단을 내려 동참하지 않는 것은 대단한 용기, 용단”이라며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저서 ‘용기있는 사람들’을 다시 쓴다면 국민의당에 대해 한 줄 쓸 수 있도록 대단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해임건의안 처리에 국민의당 의원도 다수 참여해주기로 했는데 감사드리면서 더 많은 분이 참여해 가결될 수 있게 당부 말씀드린다”며 국민의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민의당은 신중론을 펼쳤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나누지 않았고 일부 비상대책위원이 ‘어떻게 대통령께서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판국에 야당을 원천적으로 비난할 수 있느냐’며 정치는 타협과 협상인데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분노를 토로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오후 5시께 의총을 열어 최종적으로 당론을 확정키로 했다.
이날 여야가 서로를 비판하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의총이 길어지면서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교육·사회·문화 부문 대정부질문은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의총 진행을 명분으로 본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김재수 장관 해임 표결 처리를 방해하려는 얄팍한 꼼수”라며 “당당하게 표결에 임하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우제윤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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