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의 1차적 목표가 중국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에 대응하는 것인가.”
11일 제17회 세계지식포럼 첫째날,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강연이 끝난 뒤 청중석에서 일어나 질문을 던진 사람은 다름아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추 대표는 이날 아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에 이어 셔먼 전 차관 강연까지 세시간 넘게 한시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였다. 메모지를 놓고 수험생처럼 필기까지 했다.
추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관해 “중국은 사드 배치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인식한다”면서 “(전세계적)비핵확산 노력에 부정적 영향이 있지 않느냐”고 따져물었다. 셔먼 전 차관은 제1야당 대표의 기습 질문에 대해 “사드 배치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지, 중국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도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핵이)중국 안보에도 위협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중, 한·중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추 대표는 기자와 만나 “내 질문의 요지는 사드 배치에 있어 북한 문제만 보지말고 지정학적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위험 요소의 출발점”이라고 거듭 소신을 피력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개막식 참석에 이어 슈뢰더 전 총리, 유장희 매일경제 고문 등과 1시간 가량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김 전 대표는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독일통’이다. 그는 유창한 독일어로 슈뢰더 전 총리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티타임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이 무게감으로 인해 ‘학술 토론’을 방불케 했다.
김 전 대표는 슈뢰더 전 총리에게 “당신이 그리스를 유럽연합(EU)에 가입시켰는데 문제를 예측하지 못했냐”고 물었고, 슈뢰더 전 총리는 “알았다면 가입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이 2차대전때 그리스를 망가뜨렸기 때문에 독일이 앞장서 반대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왔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가 영연방에서 탈퇴할지, 런던 시티의 금융시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겨갈지 등 구체적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 도이체방크 부실화 등도 화제에 올랐다. 대화 중 올해 72세인 슈뢰더 전 총리가 “나이가 많아 (현실)정치는 더 안한다”고 말하자 김 전 대표가 “나는 76세”라고 웃으며 대꾸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김 전 대표와 추 대표 외에도 정세균 국회의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 유력 인사들도 개막식 연설자들이 던지는 화두를 귀
안 전 대표는 기자와 만나 “매년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간다”며 “오늘 슈뢰더 전 총리 강연도 유익했고, 지난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강연도 느낀 점이 참 많았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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