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불거진 ‘북한인권안 기권 결정 시기’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한 차례씩 열렸던 남북정상회담도 파헤친다는 계획까지 마련하면서 ‘회고록 정국’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대북 결재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맹우 위원회 간사는 회의를 마친 뒤 “핵심은 기권 결정한 날짜가 언제냐는 것”이라며 “기권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상임위 차원의 자료 요청 등 조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들은 뒤 2007년 11월 20일 기권 방침을 정했다’고 기술한 반면 문 전 대표 측은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거쳐 16일 노 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을 결정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자료를 요청해 사실 관계 파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 소속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연석회의에서 “대북 결재 사건은 인조가 청나라 태종에게 당한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대북 굴종 사건”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담긴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 지시로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 선언’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는 내용에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당사자’라는 표현 대신 3자 또는 4자 정상으로 명시돼 자칫 한국이 종전협상 당사자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3자 또는 4자 표현 등 문제시되는 내용이 드러나는대로 그에 대한 이슈 제기도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3자의 주체를 한국·북한·미국으로 명확하게 규정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송 전 장관은 기권 시기와 관련해 19일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기록’이 존재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관련된) 기록이 있다”고 밝힌 송 전 장관은 이날 오후 다시 기자들에게 “회고록에 써놓은 이야기에 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회의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문 전 대표는 이날 충북 방문 이틀째 일정을 소화하며 ‘경제 행보’에 속도를 높였다. 문 전 대표가 이번 논란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민생’을 키워드로 삼은 상황에서 ‘색깔론 논쟁’에 가세해 새누리당이 원하는 프레임으로 뛰어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문 전 대표의 태도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정석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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