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와 경제 새판짜기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일 정계복귀와 동시에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낙선해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2년 2개월여만에 정계복귀하면서 2번째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친문재인계가 독식한 민주당 내 구도로는 당내 경선 통과가 불가능한 만큼 제3지대에서 세를 결집해 정치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당적도 내놓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내리고 있다”며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명운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같은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면서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경제성황을 두고선 성장엔진이 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 우리나라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혁신없이 50년 동안 지속되면서 산업화 그늘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비졍규직, 청년실업, 가계실업, 부채 문제의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실적도 19개월 이상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제시했다.
손 전 대표가 이날 정계복귀 선언을 위해 국회 본관 1층 정문으로 들어와 정론관 옆 복도로 걸어오자 지지자들은 “손학규, 손학규”를 외치면서 그를 반겼다. 검은 양복에 보라색 넥타이를 멘 손 전 대표는 선두에 서서 걸으면서 왼쪽 손에 자신의 저서 ‘나의 목심심서 강진일지’를 들고 지지자들에게 간단한 눈인사를 했다.
정론관에 들어선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와 함께 ‘당적을 버리겠다’고 말하자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었다. 손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론관을 나서자 어떤 지지자는 “손학규를 대통령으로”라고 외치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없이 묵묵한 미소로 일관하다가 국회 본관 1층 정문으로 다시 빠져나갔다.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와 동시에 탈당을 선언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민주당 당내 구도가 손 전 고문에게 불리한 상황이지만, 일단 민주당으로 복귀해 세를 규합한 뒤 다음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나라당 탈당으로 이미 정치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경험을 안고 있는 터라 다시 한번 탈당하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다.
정계복귀 기자회견 전 손 전 고문을 만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손 전 대표라면 국민의당도 포용할수 있을것으로 봤는데 이렇게 나가시니 시점이 맞는 지 의문”이라며 “제3지대를 만들더라도 분위기가 서야하는데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이 두 번째 탈당이라는 정치인생을 건 승부수를 던진 것은 당내 입지가 좁은 상황에서 운신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 지도부는 친문계가 독식한 상황인데다,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도 입증됐듯이 당내 선거에서 친문계의 결집력은 강력하다. 손 전 고문으로선 내년 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통과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손 전 고문은 이미 2차례 경선에서 패배한 경험을 안고 있다. 2007년 10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선 정동영 의원에게 후보직을 내줬고,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경선에선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밀려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다만 향후 손 전 고문의 행보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손 전 고문에게 수차례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손 전 고문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지금은 총선 시즌이 아니라 돈이 모이지 않는다”며 “신당창당을 하는데는 수십억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당 후 손 전 고문이 개헌론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헌파로 분류되는 야권 내 한 중진은 “손 전 고문이 개헌론을 주장하며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분권형 대통령제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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