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이 국민의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손학규-안철수 연대’의 파괴력에 정치권 시선이 집중된다.
손 전 고문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천천히 하지 뭐. 나도 서울에 온 지 오랜만이니 서울이 좀 익숙해지면…”이라며 말을 아꼈다. 손 전 고문이 ‘독자 세력’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지난 2년 간의 정치 공백, 창당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당과 힘을 합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손 전 고문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손을 잡는다면 정치권은 야권 최대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의 경쟁력을 저울질하는 동시에 야권 단일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2일 손 전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10년, 20년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풀어나가야만이 겨우 풀 수 있는 문제만 산적해 있다. 그런 뜻에 (손 전 대표와) 공감을 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후보단일화가 진실성을 갖기 위해선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우선돼야 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 준비를 하지만 자기가 돼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당내에서 다른 주자가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안 전 대표는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준비에서는 문 전 대표가 앞서고 호남 지지도와 같은 확실한 지역적 기반 측면에서는 안 전 대표·손 전 대표 연대가 앞선다는 평가다. 다만 문 전 대표의 경우 확실한 지역 기반은 없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다는 부분이 강점이다.
문 전 대표는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출범시키는 등 여야 대선 후보 중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차례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고 민주당이 원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도 문 전 대표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국내에 있는 대권주자 중 가장 앞서나가다보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첫 번째 공격대상이 됐다는 점이 문 전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최근까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놓고 여당의 공세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든지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계속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과 관련해 보수, 중도가 (문 전 대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치가 워낙 다이내믹하고 상대적인 것이 크다보니 손 전 대표, 안 전 대표가 힘을 합치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손학규-안철수 연대’의 경우 손 전 대표가 호남에서의 국민의당 지지기반을 더욱 탄탄히 해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실제로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호남에 출마한 국민의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세 현장을 돌아보니 명함에 안 전 대표 사진을 넣는 것보다 손 전 대표 사진을 넣는 것이 훨씬 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쉽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교수는 “손 전 대표가 강진에 2년 가량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경기도 지역에서는 잠재적인 지지가 있다. 폭발적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흥행에 걱정하는 민주당과 달리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공식적으로 합류하는 순간 경선 흥행이 보장된다는 점은 국민의당이 갖춘 최대 무기다. 야권 관계자는 “어떻게든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해 안 전 대표와 경쟁하면 민주당 대선 경선은 자칫 묻힐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손-안 연대’에 대해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제는 대선 후보가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안 전 대표가 실패한 것은 ‘새정치’가 말로만 됐고 정책이 없었지만 손 전 대표가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손을 잡는 일은 개헌에 대한 시각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2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개헌 이전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되는 많은 일들이 있다”며 개헌론에 선을 그었다. 반면 손 전 대표는 정계복귀
향후 개헌 정국에 대해 이 교수는 “(손 전 대표의) ‘7공화국론’으로는 사람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친문’이 안 움직이면 대선 전에는 개헌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석환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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