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동안의 오류나 실수가 나왔던 연설문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8월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유언 장소를 중국 뤼순 감옥이 아닌 하얼빈 감옥으로 잘못 적혀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더 좋은 쥐덫론’을 인용했는데, 이는 대표적인 기업실패사례였다. 그러자 청와대는 “기존 제품의 틀을 깬 개발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자기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 ‘우주의 기운’ 등 발언들도 무속신앙과 맞물려 인터넷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연설문에 종종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도 등장했다. 연설 전문가가 작성하고 참모진들이 관여했다고 보기에는 이상하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대통령 연설문의 경우 일반적으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경제-교육 등 수석실에서 취합한 자료를 토대로 초안을 잡는다. 초안이 만들어지면 참모들이 모여 내용을 점검하며 독회 등 수정보완 과정을 거친다. 광복절 행사 등 중요한 연설문의 경우에는 전 수석실에서 같이 논의하고 독회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취임사를 극비로 작성하면서도 정호성 제 1부속비서관과는 상의를 했다. 정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보좌했던 최측근이다. 이후로도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정 비서관이 직간접적으로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넘어간 의혹에도 정 비서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이 유출되던 당시에 연설기록관이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상임감사 역시 ‘본인의 초안이 올라갔다가 통째로 이상하게 바뀌어 돌아오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간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했던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연설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연설기록비서관, 부속실 비서관, 대통령 등 3명 뿐”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연설문 유출은 상상이 안된다”고 말했다.
강 전 비서관은 “연설문 초안도 아닌 최종안이 최순실씨에게 유출될 정도면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고는 누구도 못 보낼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청와대 내부 보안시스템이 제대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파일을 보낸 사람이 대통령 본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비서관이 업무용 컴퓨터로 외부에 메일을 보내면 국정원에 바로 걸려서 감찰받는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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