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불과 열하루 앞두고 사실상 꺼진 줄 알았던,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8일(현지시간)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로 송수신한 이메일 중에서 기밀을 담고 있는 이메일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재수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미 언론은 일제히 이번 돌발 사태를 클린턴이 사실상 승기를 굳힌 대선 판도를 흔들 수 있는 ‘10월의 폭탄’이라며 경합주의 표심 변화 등 그 향방에 상당히 주목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의회 감독위 공화당 지도부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 “당초 이메일 수사와 무관한 것으로 분류한 이메일 중에서 수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수사 배경을 설명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들 이메일은 클린턴의 ‘문고리 권력’ ‘수양딸’로 불리는 최측근 수행비서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FBI와 뉴욕 경찰이 그녀의 전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 소녀와 음란 사진과 문자를 주고받은 ‘섹스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이메일들이 발견된 것.
이들 이메일은 애버딘이 누군가와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은 아직 확실치 않다.
코미 국장 조차도 이메일이 기밀 정보를 담고 있는지 아직 모르며, 조사를 언제 마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서한에서 설명했다.
그것보다 더욱 궁금한 것은 대선을 11일 불과 11일 남겨둔 가장 민감한 이 시점을 굳이 택해 코미 국장이 재수사 결정 을 했다는 서한을 언론에 전격 공개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 재수사를 하더라도 대선 전에 결론을 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이 보여준 휘발성을 고려할 때 코미 국장의 ‘이메일 재수사’ 공개가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며 그 파장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누구도 의심치 않지만,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 주가 ‘클린턴 우세’에서 ‘경합’ 이나 ‘트럼프 우세’로 바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경합주 흐름의 일부 변화 조짐이 FBI 결정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지난 7월 클린턴을 불기소 권고했던 FBI가 이메일 스캔들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날 FBI는 기밀이 담겼을 수도 있는 이메일 개수를 공개하지 않고, 재수사 종료 시점도 특정하지 않았다.
코미 국장이 “추가 수사를 끝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사실상 대선 전에 수사
트럼프는 이날 뉴햄프셔 맨체스트 유세 도중 소식을 듣고 “클린턴의 부패는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정도”라며 “(이 소식을 제외한) 다른 얘기는 따분할 것 같다”고 청중을 부추기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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