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측근 3인방’을 정리할 수 있을까. 1997년 박 대통령의 정계 입문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은 한번도 박 대통령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이런 그들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으로 졸지에 백척간두의 운명 앞에 섰다.
이들 3인방 사퇴 여부는 청와대 인적쇄신의 핵심중 핵심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야말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어려운 선택이다.
박 대통령은 곧 결단을 내리고 금주초 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3인방 거취와 함께 이원종 비서실장·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개편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박 대통령을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3인방이 강하게 사퇴의사를 표했다”며 “이들 스스로도 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호성 부속비서관은 “나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오히려 내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어 드리는 것 같아서 슬플 뿐”이라며 사퇴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정 비서관은 현재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전달해 준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29일 검찰은 정 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안봉근 홍보기획비서관은 “왜 정 비서관만 그만두느냐. 우리(3인방) 모두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동반 사퇴를 주장했다고 알려진다. 안 비서관은 과거 제2부속실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최순실씨의 박 대통령 해외순방 의상 구매와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발언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이 비서관도 비슷한 입장이라는게 청와대 안팎의 전언이다. 이 비서관의 핵심 역할중 하나가 청와대 ‘살림살이’인데,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내부 사이버 보안 등 관리 부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본인들의 이같은 의사와 시중 여론을 감안할 때, 3인방 사퇴는 선택이 아닌 필수란 주장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적어도 3인방 가운데 2명 이상은 사퇴시키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들중 한명이라도 없으면 박 대통령이 정말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불편함을 넘어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쇄신이란 뼈를 깍는다는 의미 아니냐. 고름만 짜내고 끝내는건 쇄신이 아니다”며 “박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있고 그렇게 결단을 내리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과 우 수석을 포함해 수석비서관급 최소 절반 이상 내지는 3분2 이상 전면 교체론은 이같은 분위기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경제 분야 참모는 노동개혁·구조조정 등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해 잔류 시키는 방안도 고려되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오후부터 휴일인 30일까지 사흘 연속 여당을 비롯한 각계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28일 오후 3시30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저녁 7시 정진석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을 연이어 독대해 당과 시중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29일 오후엔 김수한·박희태 등 새누리당 상임고문 8명을 청와대로 초대해 의견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주로 상임고문들이 전하는 시중 여론과 수습 방안을 경청하는 입장이었고, 진지하게 수첩에 메모했다고 한다. 상임고문들은 10%대로 떨어진 지지율과 여론 악화에 대한 걱정을 전달하고 과감한 수습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오후엔 고건 전 총리와 조순 전 한나라당 총재 겸 전 부총리, 이홍구 전 총리 등 시민사회 원로 1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조만간 비서진 개편을 앞두고 각개각층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현재 사태수습을 위한 다양한 쇄신안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책임총리 임명-개각’으로 이어지는 인적쇄신 방안을 강구중이다. 거국 중립내각도 검토대상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여론수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명망높고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형 인사에 대한 의견도 전달받았다는 후문이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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