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을 맡은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줄줄이 사퇴의사를 밝히며 분당 조짐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온세상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팔매질을 하더라도 자신이 막겠다는 (이정현 대표의) 진심을 믿지만 그건 바른 선택이 아니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도부 내부 균열이 표면화된 셈이다.
계파갈등이 노골화되며 지도부 사퇴를 놓고 언쟁도 벌어졌다.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비박계 하태경 의원이 지도부 사퇴를 거세게 요구하자 친박계 염동열 대변인이 맞받아치며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이다. 중재에 나섰던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더이상 사태를 지켜볼수 없다며 수석부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으나 지도부의 만류로 철회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박계 중진 나경원 의원 역시 당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지도부 퇴진 압박에 가세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곳곳에서 정면 충돌하면서 더이상 분당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분당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내 거대 계파인 친박계와 비박계 중 어느쪽이 탈당하느냐를 놓고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대 국회 출범 당시, 여당내 주도권은 사실상 친박계가 거머쥐었다. 당내 대다수가 친박계로 분류됐고 지난 8월 치뤄진 전당대회서 친박계가 압승을 거두며 비박계의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이렇다보니 만약 분당이 현실화된다면 비주류인 비박계의 탈당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손꼽혀왔다. 만약 비박계가 탈당을 주도한다면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담을 수 있는 온건성향의 보수 신당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열린우리당과 국민의당이 유사한 방식으로 분당 수순을 밟은 것과 마찬가지로 비박계를 중심으로 제3지대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실제 제3세력이라 불리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등과도 힘을 합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박계 탈당은 강성으로 분류되는 친박계와 친문재인계를 제외한 중도세력이 규합한 거대 정당이 탄생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친박계와 손을 잡기 어려워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판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를 기점삼아 당내 주도권이 완전히 비박계로 넘어오면서 친박계 탈당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강성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소수의 친박계가 당을 떠난다는 것이다. 친박계 탈당이지만 사실상 폐족이 될 친박계를 축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탈당으로 과거 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과 같은 지역기반 정당의 출현도 예상하고 있다. 다만 수십년간 보수당을 지지해온 영남지역 유권자 특성상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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