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CJ그룹과 관련된 의혹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CJ그룹의 경영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청와대 전·현직 인사에 대한 소환조사 및 형사처벌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60)은 청와대의 부적절한 대기업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어 조만간 소환조사가 예상된다. MBN은 3일 조 전 수석이 손경식 CJ그룹 회장(77)과의 통화에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58)의 퇴진’을 압박하는 녹음파일을 보도했다. 문제의 통화에서 조 전 수석은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통화에서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2014년 하반기 고(故)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공정거래위원회 고위인사에 전화를 걸어 “CJ E&M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고 주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정위를 이용해 CJ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2014년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일각에선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이 물러난 것 또한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2013년까지 7년간 회장직을 유지하던 손 회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청와대의 압박이 2012년 대선 직전 CJ가 제작한 문화 콘텐츠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때 CJ는 이른바 ‘진보 콘텐츠’로 분류되는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제작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56)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7월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수사받고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CJ그룹은 현 정권이 선호하는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일명 ‘국뽕(국가+히로뽕의 합성어)’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영화로 국제시장 명량 인천상륙작전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외에 케이블TV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인 ‘오크리에이티브’다. 이 프로그램의 후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 맡았다. 모두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구속)의 최측근이자 ‘또 다른 비선실세’로 지목된 차은택 씨(47)와 연관이 깊은 곳이다. 차씨와 그의 측근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는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처럼 CJ는 차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2월 CJ는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을 열었고, 이곳에 문화창조융합센터가 들어섰다. 경기도 고양시에는 1조4000억원을 들여 한류 테마파크 ‘K-컬처밸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CJ 측은 검찰의 수사 움직임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차씨는 테마파크 분야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차씨와의 연관설이 불거지는 것도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컬처밸리의 경우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유치하려던 경기도, 장기간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해온 CJ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추진됐다는 것이다. CJ는 앞으로도 K-컬쳐밸리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부당한 인사 개입과 관련해선 녹취 파일 등을 조사받으면 될 것이라고 CJ 측은 밝혔다.
한편 특본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과 관련해 한진그룹 김 모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대기업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어갔다. 전날에는 LG 이모 부사장, SK 박모 전무, CJ 조모 부사장, 한화 신모 상무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특본은 이들을 상대로 재단에 거액 기금을 낸 배경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 기업
특본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희생’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체육인재육성재단 송모 전 이사장도 이날 불러 재단해산을 둘러싼 사실관계 등을 조사했다.
[백상경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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