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선 배후 인물로 이 이름이 거론됐다. 바로 과거 386정치인의 대표주자였던 김민석 민주당 특보단장(52)이다. 30대 초반 나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던 김 단장은 2010년 민주당 최고위원에서 물러난 뒤 원외 민주당을 이끌며 야인 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당을 통합하며 정치권에 복귀했다. 그는 이달 초 민주당 특보단장에 임명됐다.
정치권에선 현 시국에서 김 단장이 추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이번 영수회담 철회 소동도 김 단장이 구상한 아이디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야당판 비선실세 논란이 인 것이다.
김 단장은 15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비선 논란과 관련해 “특보단은 당헌·당규에서 규정된 조직”이라며 “특보단장으로 공식 활동하고 있는데 내가 무슨 비선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특보단은 과거 야당부터 존재했던 조직이었지만 이후 야당 지도력이 약해지면서 특보단도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부활한 것”이라며 “당헌·당규에서 특보단장의 역할을 ‘당 대표를 보좌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단장을 필두로 한 민주당 특보단에는 박범계·이훈·권칠승·김철민·문미옥·김정우 등 현역의원 17명과 최재성 전 의원 등 원외인사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김 단장은 이를 두고 “역대 야당 특보단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김 단장은 추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건의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그 사안은 지난 13일 최고위·중진 연석회의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인 것으로 안다”면서 “난 영수회담 얘길 꺼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왜 추 대표 비선으로 지목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누군가 내게 ‘회의 때도 뒤에 앉아 있고 의견도 전혀 내질 않으니 오히려 사람들이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백의종군하겠다는 자세로 민주당에 합류한 터라 언행에 신중을 기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 같은데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직 여의도 (정치) 감각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특보단장의 역할을 두고 “청와대 정무수석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대선 과정에서 정권교체와 야권통합 과정에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