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압수수색…조원동 전 수석 이어 기재부 檢기습에 '당황'
↑ 관세청 압수수색 조원동 기재부 / 사진=연합뉴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4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청사를 전격 압수 수색했습니다.
올해 초 정부가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입김으로 롯데와 SK 등 재벌기업이 혜택을 보게 됐다는 의혹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최근 기재부 출신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최순실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데다, 최상목 현 1차관도 사안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직후 당한 일이어서 기재부 직원들이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큽니다.
예상치 못한 검찰의 '기습'을 당한 이들 부처 소속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앞으로 검찰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세종시 정부청사에 있는 기재부 청사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약 15명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 수사 인력은 5층 1차관실과 6층의 정책조정국, 4층의 관세제도과 등 사무실을 차례로 들러 면세점 및 관광산업 정책 업무와 연관된 각종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6층 정책조정국에서는 검찰 수사관이 PC를 압수하고 직원을 통해 로그인 암호를 파악하는 등 상당한 양의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1차관실에는 서류 보관 장소의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일부 직원이 드릴을 갖고 들어갔으며, 직후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하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가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 기재부가 업무와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2006년 8월 기재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와 관련한 의혹으로 사실상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10년 만입니다. 당시 검찰은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오후 늦게 검사와 수사관을 재경부에 보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 바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압수수색이었다는 평이었습니다.
이날 마침 최상목 기재부 1차관과 이찬우 차관보 등이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참이어서 검찰 수사인력을 맞이한 기재부 직원들은 더욱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재부 일부 관계자는 이날 서버가 해외에 있어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에 가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한 기재부 직원은 검찰의 압수수색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이 불러서 나와있다"면서도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다"며 우왕좌왕했습니다.
다른 직원은 "왜 정책조정국이냐. 면세점이랑 무슨 관련이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직원들이 복도에서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차관실, 정책조정국, 관세제도과 문은 굳게 닫힌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압수수색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도시락을 갖고 들어가는 직원만 왔다 갔다 할 뿐이었습니다.
기재부는 최근 유일호 부총리 겸 장관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데다, 기재부 출신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이후 기각)되면서 내부 분위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습니다.
또 최상목 1차관은 지난해 청와대 근무 시절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전경련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구설에 오르며 조직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당하며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재부 압수수색으로 경제정책의 동력이 더욱 상실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달 초 지명된 새 부총리 후보자의 인사 절차가 중단된 상황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전날 간부들을 소집해 '견위수명'의 자세로 경제·민생을 살펴라"라고 주문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게 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내년 예산안 심사에서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예고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를 잃어버린 기재부는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달 말까지 발표해야 할 내년 경제정책 방향도 어
이날 기재부와 함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업무를 주관하는 대전 관세청 청사의 통관지원국 사무실에도 검찰 수사인력이 투입돼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업무를 보던 담당 과장이 급히 세종시로 내려오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