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일주일이 시작됐다.
주말 5차 촛불집회를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치른 야권은 28일 국회 탄핵 의결을 이르면 다음 달 2일에 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그러나 여당의 확실한 탄핵 찬성이 40표 안팎에서 정체되면서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론’도 다시 꺼내들었다. 정계 원로들의 제안대로 이번주 안에 박 대통령이 자발적 퇴진 계획을 밝히면 탄핵을 보류할 수 있다며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전날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은 박 대통령이 거국내각 총리를 선임하고 내년 4월 이전에 퇴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추미애 “난국수습 하야가 빨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때 원로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국민이 불행해지기 전에 (원로들이 대통령에게)하야하도록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탄핵은 법적 절차이지만 하야는 정치적 해법으로 언제든지 할수 있으니 빠른 난국수습을 위해선 (하야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추 대표는 탄핵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가능성에 관해 “황 총리는 연대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니 국민이 바라는 추천총리를 국회가 동의하고 황 총리가 물러나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며 “헌법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정치적 해법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잠시 맡더라도 국회 추천 총리가 정해지면 이를 수용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야권이 탄핵 ‘결행’에 앞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고 나선 것은 탄핵절차가 내포하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애초 2선 후퇴를 주장했던 야권이 한때 탄핵으로 출구를 확 좁혔다가 다시 질서있는 퇴진론을 꺼내들며 오락가락하는 배경이다.
만약 국회에선 가까스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판은 ‘확률게임’에서 더 불확실성이 크다. 최장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다 탄핵안이 최종적으로 인용되지 못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탄핵의 경우 내년 대선을 향한 로드맵(정치 일정)도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헌재의 심판에 날짜가 얼마나 소요되는지에 따라 당내 경선 등이 좌지우지된다. 이에 비해 ‘질서있는 퇴진’의 경우 대통령이 물러나는 시점이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여전히 하야에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청와대 내부 일각에서도 임기단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탄핵 정족수 놓고 2야 온도차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서 60여명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일단 탄핵 가결에 자신감을 보이려는 발언이지만 동시에 “질서있는 퇴진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2일 가결된다고 말하지만 과연 준비가 돼있는가”라며 “아직 탄핵 소추안도 안 나와 있는데 찬성 의원 200명 이상 확보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술 더떠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 숫자의 반밖에 안된다. 여당 분열을 위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여당 찬성표를 놓고 국민의당은 최대 60표, 비박계는 40표 이상, 친박계는 30표 안팎이라고 각자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내부에는 여전히 탄핵에 주저하는 기류가 강하다.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파 의원들은 특히 ‘탄핵 이후’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탄핵이 되고나면 야당 독재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미리 물러나는게 맞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철우 의원 등이 이 같은 ‘조건부 탄핵론’을 의원총회 등에서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헌재 판결 이전에 개헌을 마무리하고 새 헌법에 따라 대선을 치르면 탄
개헌을 탄핵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은 친박 비박을 가리지 않는다. 정진석 원내대표,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이 같은 조건부 탄핵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이 같은 연계론에 반대했다.
[신헌철 기자 / 김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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