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3차담화 발표를 마친 후 돌아서고 있다. [김재훈 기자] |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이양 의사를 밝히기 전 자신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말을 할 때는 목소리가 단호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눈물을 글썽였던 2차 담화 때와 달리 이번에는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청와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관여한 것으로 밝혀진 미르·K스포츠 재단 등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도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거듭 선의의 일이었음을 토로했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격분해 매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촛불 민심을 또다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적극 추진한 사안에 대해 추잡한 비리가 불거지자 마치 ‘자신은 몰랐고 측근들이 잘못한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정운영에 대해 총괄 책임을 지는 대통령이 계속해서 변명하는 듯한 발언을 고수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담화문 발표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지난 1·2차 대국민담화 당시에도 자신이 할 말만 쏟아내고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한 자리는 외면했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담화문을 읽고 이전처럼 자리를 떠나려다가 다시 단상 위로 올라오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가까운 시일 안에 경위를 소상히 말씀드리겠고 여러분께서 질문하고 싶은 것도 그때 하시면 좋겠다”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원천봉쇄했다.
일부 기자들이 브리핑룸 밖으로 걸어 나가는 대통령의 등을 향해 “공모혐의를 인정하십니까” 등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담화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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