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최순실, 막말하고 종 부리듯 해 폭발"…2년 전 최순실·차은택과 모두 소원
↑ 고영태/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이 초래되고, 또 그 베일을 벗은 이면에는 최순실-고영태-차은택 3인의 얽히고 설킨 '삼각 애증관계'가 작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날 청문회장에 나온 차씨와 고씨는 세 사람 간의 '애증의 역사'를 보여주는 구체적 증언들을 내놨습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고씨는 지인으로부터 가방 신상품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에 최순실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이때부터 최씨의 주문으로 가방 30~40개와 옷 100여 벌을 만들었고 이는 당시 이영선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은택씨가 두 사람에 대해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날 청문회에선 '남녀관계인가'는 질문도 나왔으나 고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며 부인했습니다.
그러던 2014년 6월 최순실씨는 광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요청했고, 고씨는 직원 중에 가까운 사람이 있던 CF 감독 차씨를 소개해줍니다.
최씨와 차씨는 이를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만난 지 한두 달 만에 최씨는 차씨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차씨는 그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콘텐츠진흥원장도 추천했습니다.
이때 일화가 그해 6월경 최씨 지시로 차씨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차씨는 이에 대해 "김 전 실장과 만나 의논하라는 것은 딱히 없었고 당시 제가 최순실 씨에게 신뢰를 별로 못 가져서 저한테 뭘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이 분이 굉장히 고위 관료들과 가깝구나고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차씨는 또 "최순실과 대통령이 굉장히 가까운 관계로 생각했다"면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씨를 만난 지 두 달 만인 같은 해 8월 차씨는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에 위촉되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 사람의 관계는 돈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2014년 하반기부터 고씨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고씨는 최씨와의 관계가 틀어진 계기에 대해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과 밑의 직원들을 사람 취급을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면서 "말이 안 되는 일을 많이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2013년부터 가방 일을 계속하고 브랜드를 하면서 휴일 명절도 없이 일을 계속 해왔지만 이익은 전혀 없었다"며 "2014년 9~10월께 많이 싸워서 우호적 관계가 깨졌고 일을 그만둔 다음 1년 정도는 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4월에는 최씨가 고씨의 집에서 1천만원 상당의 현금을 가져가자 이를 직접 되찾아 온 일도 있었습니다.
최씨와 고씨는 차씨에게 각기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딸 정유라의 강아지를 고씨에게 맡겼다가 다시 찾으러 왔는데, 당시 고씨가 골프를 치러 가 강아지를 혼자 놔둔 데다 연락마저 되지 않아 싸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이후 고씨는 TV조선을 찾아가 최씨 문제를 제보했습니다.
고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2015년 초에 TV조선을 찾아간 적이 있다. 대통령 순방일정이나 차은택의 기업 자료, CCTV 자료 등 여러 가지를 가져갔다"고 말했습니다.
고씨는 그러나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에 대해서는 "저하고 전혀 무관하다"며 "만약 제 것이었다면 제가 바보처럼 거기에 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씨는 "대통령을 좌지우지했던 최순실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때는 내가 운동을 했다. 욱하는 게 있어서 그런 생각이 없었다. 후회도 안 했다"고 말했습니다.
차씨와의 관계가 틀어진 계기에 대해 고씨는 "광고라는 게 다 같은 광고인 줄 알았는데 차씨가 거기에 미흡하다는 판단을 했을 때, 소개를 잘못했구나 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차씨의 등장으로 최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습니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처음 언론에 제보한 고씨는 이날 국회의원들로부터 '영웅 대우'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 의원들은 고씨를 "우리 고영태 증인"이라고 부르기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등은 저녁회의 속개에 앞선 정회시간에 고씨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거나 격려를 했고, 넥타이가 비뚤어졌다고 조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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