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게 어쩔 땐 참 아이러니합니다.
12년 전 의장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몸으로 막았던 정세균 의장, 이제는 의장석에서 탄핵안 투표 결과를 의사봉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수형 기자입니다.
【 기자 】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04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막기 위해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석을 점거합니다.
당시 재선이던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의장석을 점거하며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누군가의 손에 끌리더니 결국 밀려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다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육탄 저항에도, 결국 국회의장 질서유지권이 발동에는 역부족이어서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지는 못합니다.
▶ 인터뷰 : 박관용 / 전 국회의장 (2004년 3월)
- "대통령 노무현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9일,
몸싸움으로 막던 정세균 의장은 이제는 의사봉을 잡고 탄핵안을 상정시키고, 가부를 선언해야 하는 국회의장으로 180도 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되면 의원직 사퇴라는 한배를 탄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년 전엔 상황이 정반대였습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탄핵을 막았던 정동영 의원은 탄핵안 통과 뒤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반면 추미애 대표는 당시 탄핵에 찬성했다가 이후 역풍을 맞고 '삼보일배' 등 참회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추 대표는 탄핵 찬성이 정치 인생에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했습니다.
MBN뉴스 김수형입니다.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