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대 국가의 입장을 감안해 신중해야 할 외교·안보 사안에서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전 대표의 계속되는 강성발언에 그동안 민주당과 공조했던 국민의당은 거리두기에 나섰고, 문 전 대표 정책캠프에서도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지만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중도 보수 유권자 층에서 “문 전 대표로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대선 승리를 확신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6일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돼 북한과 미국에 둘 다 갈 수 있다면 어디를 먼저 가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말한다. 나는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현 정부의 중요한 외교합의 사안을 뒤집을 수 있다며 차기 정부에 넘기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문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놓고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방부의 내년 5월 사드배치 강행 방침은 재고되어야 한다. 차기 정부로 공을 넘겨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최근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초 이후 처음 40%를 넘어섰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 모두 전례없는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측은 18일 민주당과 문 전 대표의 방침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주요 외교·안보정책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정책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힘들게 합의한 것을 뒤집을 수 없다”며 “사드 배치는 상대방이 있는 외교 정책이어서 쉽게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권한대행은 한·일 위안부 협상도 상대국이 있는 외교 사안이어서 일방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가 극도로 세밀한 조율이 필요한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관련국들과의 외교·안보 문제를 놓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서조차 문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조율된 것인지,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말인지 헷갈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전 대표의 대선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몸을 담고 있는 한 교수는 “문 전 대표가 마치 모든 정책을 다 알고 있는 듯이 얘기한다”면서 “합리적 중도까지 아우르겠다고 했는데 중도보수 측 얘기를 전혀 안듣고 있어 캠프에 참여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일본 등 우리의 우방국과의 외교합의사안 파기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얘기하는 것은 경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는 괜찮지만 정책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 평가해야 한다”며 “정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국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도 있지만 정치적 실현을 위한 조건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당리당략뿐 아니라 국익 측면에서 적절한 판단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동국대 석좌교수)는 “그런 정책 뒤집기가 실현된다면 우리나라는 외교적 고아가 될 것”이라며 “선진국은 집권세력이 바뀌어도 대외정책 기조는 안바뀐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국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나라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이라며 “적어도 국가생존에 관련된 문제는 정당간 공감대를 가지고 해야한다는 게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결정 땐 혁명밖에 없다”며 국내 정치 문
[안두원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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