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유승민 제안 사실상 거절…비박 ‘성탄 탈당’ 하나

↑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전권을 주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유승민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이로써 비박계의 초침은 탈당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비대위원장 인선과 과련해 “당의 갈등과 분열을 더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는 사람은 안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유 의원을 지칭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해 비박계의 단일한 의견을 좀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는 “비주류에게 추천권을 드린 이유는 적어도 조건에 맞는 인물을 추천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단합을 해칠 사람, 정권 재창출에 지장을 줄 사람을 추천하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에는 2선 후퇴와 계파 해체 선언을, 비박계에는 비대위원장 추천을 각각 요청하면서 중재에 나섰지만 양쪽 다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그는 “제가 친박의 아바타나 로봇을 하려고 원내대표가 된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나 신임 원내 지도부 인선에도 친박 우위의 당내 지형이 반영됐다. 이날 새누리당은 원내 수석부대표에 김선동, 원내 수석대변인에 정용기, 원내대변인에 김정재, 원내 부대표에 박성중 송석준 민경욱 박찬우 정태옥 엄용수 임이자 송희경 의원 등을 각각 임명했다. 이 가운데 확실한 비박계는 박성중 의원 1명 뿐이다.
당내에는 분당을 막기 위한 마지막 중재 시도가 있지만 전망은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낀박’으로 불렸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나는 두 사람(김무성 유승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류 인사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비주류 쪽에서 당을 지휘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말했다.
김무성계 의원들도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하고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요구한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이용해 탈당 전 마지막 카드를 써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친박계 반대를 무릅쓰고 정 원내대표가 유승민 카드를 관철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비박계 탈당 추진파는 유 의원 결단을 재촉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이번 주말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만 확보되면 25일 크리스마스에 맞춰 집단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비박계 초재선 그룹에선 10명만 확보돼도 나가자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비박계도 다수 의원이 탈당 결심에 이르지 못한 상태여서 해를 넘겨서도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막기 위해 전임 친박 지도부가 윤리위원 8명을 추가 인선했던 것은 백지화됐다. 정 원내대표가 이들에게 양해를 구해 사직을 받아냈다. 다만 기존 윤리위원도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 20일로 예정됐던 징계 결정은 무기 연기됐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