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나는 모른다. 엄마가 시켜서 한 것" 발빼기 전략
↑ 정유라/사진=연합뉴스 |
덴마크에서 체포된 최순실 씨 딸 정유라(21) 씨는 앞으로 이어질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덴마크 올보르 법원이 구금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2일 (현지시각) 열린 심리에 출석한 정 씨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최 씨와의 공모 혐의를 부인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정 씨는 귀국하면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나 재학 중 학사 비리 혐의에 관해 우선 수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발빼기 전략에 돌입했습니다.
'승마를 한 것은 엄마가 시켜서 한 것'이라 언급함으로써 승마를 매개로 불법 입학했다는 의혹과 아예 거리를 두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정씨는 "2015년 임신을 해서 학교에 못 갔고, 2016년에도 계속 못 나갔다. 엄마에게 자퇴를 요구했지만, 엄마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제대로 출석할 수 없으면서도 학교에 다녀야 했던 사정 역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출석 불량에도 학점이 좋게 나와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지난 해에 최 씨, 최경희 당시 총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 등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정 씨는 다만 최 전 총장, 류 교수를 만난 것을 비롯해 당국의 조사로 이미 드러난 사실에 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그는 "2016년에 대학(이화여대)에 딱 한 번 가서 최 총장과 류 교수를 만났다. 이후엔 전화통화도 만나지도 않았다. 그 때 내가 일찍 나오고 엄마가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나중에 앞뒤가 안 맞는 진술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려고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에서는 정 씨가 입학시험 때 반입이 금지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면접 고사장에 들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면접 때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놓는 등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련의 의혹에 비춰 볼 때 이처럼 이례적인 행동이 최 씨와의 공모에 의한 것이라고 사법당국이 판단할지가 관건입니다.
정 씨는 삼성의 특혜 지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최 씨에게 미루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트잇으로 중요 내용을 가린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자신의 서명이 계약서에 남아 있는 현실을 고려한 대응으로 보입니다.
그는 '나는 6명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들었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최 씨가 세운 독일 현지 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삼성전자가 맺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으로 혜택을 본 승마 선수가 자신뿐이라는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즉, 특혜 지원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정 씨의 이런 '모르쇠' 주장은 특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확인되는 증거나 다른 연루자의 진술에 따라 인정 여부가 조금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 씨의 주장과 모순되는 증언이 나오거나 정 씨가 사용한 PC, 휴대전화, 이메일 등에서 그가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나 나온다면 '모른다'는 주장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씨는 자신이 구속되면 생후 19개월 된 아들을 돌볼 사람이 없고 기자들이 집 앞에 있어 달아날 수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는 구금을 면하기 위한 탄원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정 씨가 몇 달간 사실상 국외 도피 생활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증거 인멸이나 도피의 우려에도 불구속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정 씨는 담보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했기 때문에 외화를 부정하게 유출하
그가 독일에서 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변호사를 선임한 점 등에 비춰보면 법정 등에서의 발언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