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발적 인적 청산' 데드라인으로 공표한 6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의 자진탈당 압박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상임전국위 개최를 통해 비상대책위원 선임 등 위원장으로서의 일상업무를 이어나가며 당 개혁의 속도를 높여가겠단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인 위원장과 친박 맏형 서 의원이 연일 서로 "당을 떠나라"며 막말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십 년만에 데자뷔처럼 재현되고 있는 인 위원장과 당 주류 세력과의 '악연'이 다시끔 주목받고 있다.
인 위원장은 2006년 '칠(七)고초려' 끝에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윤리위원장직을 맡았다.
공천권을 놓고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의 계파전쟁으로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은 재야운동권 출신 인명진 목사에게 '당 정화'의 중책을 맡겼다. 인 위원장은 곧바로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을 징계하며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총선 공천을 놓고 인 목사는 주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인 위원장은 "사람을 공천해야지 새를 공천하면 어떡하나"며 정치 철새에 대한 공천 불가 방침을 주장했다. 본격적으로 공천 공정성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시도한 것이다. 또 부당한 공천권을 행사한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 등 공천위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류측의 조직적인 방해와 묵살로 사실상 허수아비 윤리위원장으로 전락했다. 속수무책으로 주류 세력에 당한채 결국 체질개선에 실패한 인 목사는 "지도부가 단 한번도 내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 망나니처럼 멋모르고 칼춤만 춘 격"이라며 "괜히 나만 순진하게 이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단 생각이 들었다" 허탈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인 목사는 당의 전권을 부여받은 비대위원장에 임명됐다. 다시 한번 침몰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의 구세주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구(求)당 십자군 전쟁에 나선 인 위원장의 한손엔 친박 청산이란 칼자루가 쥐어져있다. 십년이란 간격을 두고 평행이론처럼 펼쳐지고 있는 인 위원장과 친박 주류 세력과의 정면대결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더욱 흥미를 끄는 이유다. 당내 일각서는 서 의원이 십여년간 이어온 인 위원장과의 인연으로 인해 그를 간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서 의원과 인 위원장은 2006년 이후 일년에 수 차례 만나 정치적 의견을 교환하는 등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한 고위 당직자는 "서 의원이 칼날을 갈아온 인 위원장을 얕잡아 본 측면이 있다"며 "인 위원장을 제대로 알고 있는 분들은 그를 보통이 넘는 인물로 평가하며 이러한 사태를 예상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인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목회자인 그가 권력과 맞닿아있는 정치권에 개입하는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서경석, 김진홍 목사 등 종교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인 위원장의 행보에 우려를 표해왔다. 또 유신독재에 항거해 수감 생활을 했던 재야 인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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