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과 동시에 본격적인 19대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그가 진보진영의 유력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대1 구도를 굳히면서 막상막하의 승부를 벌일 수 있을지는 앞으로 2주간의 행보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여야 정치권의 전략통들은 일제히 설 연휴 직후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반 전 총장의 대권가도에 결정적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업평가에 사용되는 SWOT분석을 이용해 반풍의 가능성을 예측해봤다.
◆"반풍은 신기루" vs "지금부터 시작"
반 전 총장의 최대 강점(Strength)은 국외 체류 중에도 20% 이상의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수뢰 의혹이 제기되고,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치고나가면서 연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는 다소 벌어진 양상이다. 하지만 보수진영 후보 중에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인지도와 호감도 모두 보수진영에서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보수진영에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반문재인 스크럼'을 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반 전 총장에게 기회(opportunity) 요인임에 분명하다. 반 전 총장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순조롭게 만들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국민의당과 민주당 일각을 포함한 야권 세력까지 규합할 수 있어야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로 소프트랜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반 전 총장은 설 연휴를 전후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 손학규 전 의원 등을 잇따라 만나면서 연대 가능성을 활짝 열어둘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반기문 캠프의 오준 전 유엔대사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외교안보는 보수, 경제사회는 중도라는 표현이 맞다"며 "UN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다룬 경제와 사회 이슈는 국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볼 때는 중도"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반 전 총장이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으나 귀국 후에는 다소 진보적 메시지를 던지면서 중도성향 유권자층으로 외연을 넓혀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귀국 후 보름간 어떤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느냐, 그 결과 설 연휴 직후 지지율이 상승 추세로 이어지느냐에 사실상 대권후보로서의 가능성이 좌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맹우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반 전 총장은)반문 연대의 빅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본다"며 "다만 새누리당을 버리고 스펙트럼을 넓힐 수 없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캠프 관계자는 "귀국 후 민생행보를 통해 대권후보로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면 지지율은 반드시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진영 부실한 토대가 위협요인
하지만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여권 후보로의 고립화 가능성은 약점이자 위협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기문 총장은 제2의 고건이 될 가능성 있다"며 "연초 조사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뒤처진 2위로 자리매김했고, 23만달러 공세에 주저앉은 느낌"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민 의원이 "반풍(潘風)은 미풍에 그친다"고 확신하는 배경은 여론 흐름에 있다. 그는 "밑바닥에 깔려있는 정권교체 심리가 강건하다"며 "보수정권 10년, 특히 박근혜정권에 대한 실망과 비판을 (반 전 총장이)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점이 반 전 총장에게 가장 큰 위협(Threat)이라는 얘기다. 민 의원은 "설 연휴가 끝나고 언론사들이 지지율 조사를 발표할텐데 특별한 반전 카드없이 연휴를 지내면 지지율이 더 처질 수 있다"면서 "명절 지나고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겠지만 안철수, 손학규 등과는 연대 후 지지율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DJP연합은 지역적, 이념적으로 전혀 다른 정치세력간 결합이었기 때문에 파괴력을 발휘했지만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은 비슷한 성향으로 분류되고 지역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과 가까운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도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김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집권하면 국민들이 정권연장이라 생각할 것"이라며 "정당 지지 기반없이 대선을 치르기 힘들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약점(weakness)는 바로 정당 기반이 없다는 데 있다는 얘기다. '반기문 당선 =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기도 하다.
동생과 조카의
[신헌철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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