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대통합 행보를 사흘째 이어간 가운데 청년 실업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두리뭉실한 메시지만 던져 차기 대권 후보로서 준비가 다소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반 전 총장은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대학생들의 청년실업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체감 청년 실업률이 20% 이상 되니까 학생들이 자포자기하는 현상이 있는데 제가 말씀드릴 것은 이 사회에 여러 기회가 많이 있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패자부활전 제도를 갖춰 여러분이 창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또 "기업과 협의를 해서 인턴제를 확대한다든지, 산학협동을 확대한다든지, 꿈 많은 청년의 해외진출 기회를 준다든지 (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것은 발표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나마 "필요하면 청년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든지 해서…"라며 수차례 언급됐던 청년 전담기구 설치가 눈에 띌 정도였다.
반 전 총장과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일자리 공약을 구체적으로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공약 경쟁에서 한 발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외교적 해결'을 제시하기도 해 외교관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그는 "(청년실업 문제를) 국내적으로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고 국제적으로 (취업의 문을) 넓히는 것은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수주절벽에 놓인 조선산업 현장을 방문해서는 "정상외교 등 외교적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선박 수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도 자신의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이력을 전면에 내세워 참신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저는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식견, 193개국 세계 지도자들과의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시절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10년을 하다보니까 별의 별 평가가 많이 나옵니다"면서 "(유엔기구를) 가만 보니까 개혁하지 않고서는, 물갈이 하지 않으면 어렵겠다고 생각해 약간 파장이 일어났고 불평이 생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사무총장이 영어로 'SG'인데 재미나게 '속죄양(Scapegoat)'이라고도 표현한다"면서 "강대국에게는 절대 책임을 묻지 않고 법적으로 제가 책임지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제가 잘못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 전 총장의 최근 행보가 좌우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람을 '당신은 진보층이다, 보수층이다'는 건 상당히 일시적이고 그렇게 구분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인클루시브(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외교로 해결할 수 있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앞서 반 전 총장은 호남의 심장부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민주주의와 인권보호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신 민주 영령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더 발전되고 공정한 사회 건설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일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남겼다. 이날 오후에는 대형 화재로 피해를 겪은 대구 서문시장을 둘러보고 상인들을 위로 했으며 청년 리더들과의 '삼겹살 토크'를 진행했다.
한편 대표적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광주·여수 = 안병준 기자 / 대구=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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