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내가 되는게 정치교체이자 정권교체…MB·朴정권과 관련 없다"
↑ 사진=연합뉴스 |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자신의 강점에 대해 "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관련이 없는 정치신인 중의 신인"이라며 "공장에서 바로 나와 좋은 냄새가 나는 가구와 같다"고 밝혔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포 개인 사무실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나는 소위 정치땟물이 묻는 티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는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정치교체이자 정권교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자신에게 붙여진 '기름장어'라는 별명에 대해 "긍정적인 별칭으로 생각한다"며 "장어가 건강에 좋지 않느냐. 장어처럼 힘차게 일하겠다"고 포부를 다졌습니다.
다음은 반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귀국한 지 열흘 정도 지났다. 그동안 직접 지역을 순회하고 언론 보도를 접하며 느낀 소회가 궁금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10년간 공백을 압축적으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국내 뉴스나 외신을 통해 본 것과 제가 직접 와서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실직한 사람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조선소 등 자신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데 그 어려움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 절실함은 제가 유엔에 앉아서 느낄 수 없었던 것이고, 제가 외교관에서 정치인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 무엇인가.
▲시대정신은 '대통합'이다. 우리 국민의 대통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 낡은 구태의 정치를 확 바꾸는 이런 정치 교체가 있어야겠다. 또 지금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우리 국내 및 해외 경쟁력을 어떻게 활성화하느냐도 아주 시급하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경험을 배우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됐느냐'라고 물어올 때 정말 당혹스럽고 민망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20·30대가 실의에 빠지면 대한민국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과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은 특정 정파나 어떤 이념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 아울러야 한다. 소통의 부족에서 나온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곪아 터지는 것이다. 저는 포용적인 성격으로 이제까지 평생을 살았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임을 받는다면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가장 포용적이고 광범위하게 국민과 접촉하고 대화하고 타협·화해를 도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대한 국가 비전과 외교능력이 필요하고, 국민을 편안하고 안심하게 살게 해줄 수 있는 안정적 국정운영 능력도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는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정권 연장'이라고 비판하는데.
▲국민의 뜻을 물어보기도 전에 특정 정권이 연장돼서는 안 되고, 어떤 정권이 꼭 교체돼야 한다는 주장은 속단이다. 1987년 이후의 대통령을 소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지금 현재 상황에서 정치를 교체하지 않으면 정권이 교체되든 연장이 되든 간에 비슷한 상황으로 간다.
지금 정책 결정과정이 아주 경직돼 있다. 정경유착을 근절한다면서도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서 결과적으로는 그 사슬에 자신들이 말려 들어버렸다. 또 권력이 너무 한 사람에게만 가 있으면 썩는다. 물은 흘러야 한다. 이는 역사적 진리다. 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려는 정치 신인 아니냐. 내가 되는 게 정치교체이자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보다 더 큰 개념인가.
▲그렇다.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를 포함한 모든 것의 상위개념이다.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저는 청와대에서 수석급 자리를 총 세 번 했었다.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했고 이후 외교부 대사로서 청와대를 들락날락할 일이 있었는데 그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어깨가 쳐지더라. 노무현 전 대통령도 '프리'(free)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꽤 노력했지만 국민 눈에는 못 미쳤다. 이것도 바꿔야 할 정치문화 중 하나다.
그리고 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려는 정치 신인 아니냐.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정치교체이자 정권교체이다.
--개헌 방향에 대한 입장은.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 되면 국민은 얼마나 열광하면서 동시에 분열되나.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감정의 응어리가 사그라지기도 전에 2년 후 국회의원 선거하면서 또 분열된다.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는 건 좋지만 매년 이렇게 분열돼서는 어떡하느냐. 미국·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쪽을 생각하는 것으로 들린다.
▲구체적으로 여러 방법이 나올 것이다. 이제까지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말한 것이다. 제가 개헌에 찬성하는 이유는 정치 교체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시대에는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개헌의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부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세력을 제외한 제3지대 정계 개편에 대한 기대가 있다.
▲'패권', '패거리' 이렇게 바람몰이식으로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바른 태도가 아니다. 저는 저의 생각이나 정치적 비전, 정강·정책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일을 할 것이다. 제3지대론은 국가와 국민 관심 없고 이념에 빠진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분들이 힘을 합치자는 주장이다. 여기에 동의하시는 모든 분을 열린 마음으로 만날 예정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기존 당으로 들어가거나 신당을 창당하거나 당 밖에서 힘을 합치는 방법 등 다양할 텐데, 언제 결정하나.
▲지금 그런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나 원로와 같은 분들과 협의하고 있으니 조만간 결심할 것이다. 설 연휴 전에 결심이 가능할지는 봐야 한다.
-- 공식 대권선언 시기는 언제쯤이 되겠나.
▲공식 선언은 저를 도와주고 성원해주는 분들과 의논해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
-- 국민이 반 전 총장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저는 깨끗한 사람이다. 깨끗한 정치를 할 것이다. 또 지금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높은 파고를 거쳐야 하는 아주 위중한 시기다. 한반도의 여러 긴장상태가 계속되니 준전시 상태와 비슷하다고 규정할 수 있고 미국도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유럽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불안정성이 크다. 이런 관련된 정세에 대응하는 데 제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다. 그 기대에 감사히 생각하고 어떻게 부합하느냐가 저의 임무가 될 것이다. 이런 뜻을 자신 있게 끝까지 밀고 나가며 국민의 신임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 한반도 평화구축이나 북핵 해결 방안에서 다른 후보와 차별화할 공약이 있나.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큰 위협이다. 북한의 안보 위협에 맞서 '튼튼한 안보 태세'와 '국제 공조를 통한 제재 실효성 확보' 그리고 '우리의 주도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인도적 상황 관리 측면에서 남북 간 대화는 꼭 필요하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고, 대화하다 보면 창의적인 해결책 모색이 가능하다. 영유아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지원은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기간에 북한을 방문하지도 못하고 남북관계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썼으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한계가 있어 많이 아쉬웠다.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에 더욱 힘쓰겠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미관계가 격변기를 거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우리에게 큰 도전이 예상된다. 현명하고 치밀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국익에 적잖은 손상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이 계속 논란이 됐다. 입장을 한 번 더 밝혀달라.
▲무엇보다도 생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도 과거 직시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위안부 합의는 문제 해결의 끝이 될 수는 없고, 만약 10억엔이 소녀상 철거의 대가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기름장어'라는 다소 악의적인 별명이 회자했던 게 사실이다.
▲기름장어란 별명은 유엔을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