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희정 '선한 의지' 발언에 이은 '분노' 논쟁
↑ 안희정 선한 의지/사진=연합뉴스 |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으로 다시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시각차가 21일에는 '분노'에 대한 논쟁으로 옮겨붙었습니다.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있다"고 일침을 가하자 '선의발언' 논쟁이 '분노'를 소재로 공방으로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고 빠져 있다"며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캠프 사무실에서 캠프 인사들에게 "문 전 대표가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다. 분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저한테 버릇이 돼있다"며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땐 나도 열 받지만,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자 문 전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의 '피바람' 언급에 대해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는가.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대개혁은 정말 오래된 적폐에 대한 뜨거운 분노, 또 그것을 혁파하겠단 강력한 의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분노'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차는 촛불민심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선명성을 통해 야권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문 전 대표와 '통합'과 '협치'를 내세워 중도로의 확장에 나서온 안 지사의 차이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촛불국면에서도 두 사람은 '분노'에 대해 상반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6일 국회 앞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만약 국회가 탄핵하지 않으면 이제는 국민이 국회를 심판해야 한다. 촛불의 분노가 이제는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해 밀려들어 국회를 덮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반면 안 지사는 탄핵안 가결 직후인 지난해 12월13일 한 간담회에서 "분노로 작두를 타버리면 폭력과 전쟁의 시대로 만들어 버린다"며 "작두를 타는 경지에 오른 정치인들이 많지만, 이들이 모두 좋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의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의 계승을 자임하는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생전 '분노'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6월 25일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며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을 주창했던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말인 2007년 7월 참여정부 평가포럼 월례강연에서 "사람이 되어야 된다.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넓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따뜻한 사람은 (불의
문 전 대표측 인사는 "두 전직 대통령도 분노는 힘이라고 본 것 아닌가"라고 '적통'을 강조했습니다. 안 지사측은 "안 지사는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을 뛰어넘기 위해 역사와 승부를 보는 심정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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