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헌정사상 첫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을 일제히 무겁게 받아들이며 대통합과 함께 개헌 등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범을 당부했다. 탄핵을 주도한 야권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한 반면 끝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부당성을 주장한 자유한국당은 망연자실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1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재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은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다. '주권재민'의 추상같은 헌법정신으로 헌정 유린과 국정농단 세력을 마침내 국민의 힘으로 파면시켰다"고 목소리 높였다.
추 대표는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낡음'을 끝내고 '새로움'으로 채워나가야 할 때"라 강조하며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언론개혁 등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거대한 물줄기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경제, 외교, 안보 등 '총체적 국정파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본인이 스스로 물러날 것이 아니라면 과거 정부의 그릇된 외교안보 정책과 민생포기 정책을 모두, 즉시, 동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각을 세웠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에 대해서는 "대선을 이유로 미완의 특검 수사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면서 "유신 시절부터 이어온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다"며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모든 것이 엉망입니다. 촛불과 태극기를 하나로 모으고, 광화문 광장과 시청 광장을 통하게 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혼란과 불안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통합하는데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금을 모아서 IMF 환란을 최단 시간에 극복한 저력이 있다. 헌재의 결정에 모두 승복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갈라진 대한민국을 대통합하고 길 잃은 대한민국을 전면 리셋해야 한다. 국민통합으로 1987년 체제 종식, 정권창출, 국가대개혁에 매진하겠다"며 개헌 추진을 시사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위대한 국민은 승리했다. 국민 여러분께서 인류 역사 상 가장 경이로운 시민혁명을 만들어 주셨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위해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정치생명을 걸었던 바른정당도 엄중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정병국 대표는 "오늘 판결은 대한민국의 정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의 힘으로 국정 농단세력을 심판하고, 부패한 패권주의와 절연하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바른정당이 국민을 배신한 국정농단 세력과 결별하고, 황량한 벌판에 나와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것이 바른 선택이었고 옳은 결정이었음이 확인되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국민화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패권주의를 청산하기위해 우리는 국민통합과 개헌을 주도하는 역사적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정우택 원내대표, 이현재 정책위의장 등 한국당 지도부는 당사서 함께 헌재의 결정을 지켜봤다.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만장일치로 인용하자 인 비대위원장의 표정은 굳어졌고 정 원내대표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됐다.
인 비대위원장은 "한국당은 헌재의 고뇌와 숙의를 존중하고 인용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면서 "집권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여당이자 국정의 동반자였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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