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자, 청와대 참모들은 할말을 잃었다.
특히 8명의 재판관 전원이 '탄핵 인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은 더욱 컸다.
이날 헌재 선고 전까지만 해도 일부 청와대 참모들 사이엔 조심스럽게 '기각' 관측이 나돌았던게 사실이다. '4(인용)대4(기각)' 또는 '5대3'으로 기각을 전망하는 참모들도 꽤 많았다. 일부는 6대2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안해 했지만, 그래도 8대0이란 일방적 결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분위기다.
청와대 한 참모는 10일 "앞이 안보인다. 향후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할 뿐"이라며 "당장은 떠나시는 박 대통령을 끝까지 잘 모시는 것을 고민할 뿐, 그 이후의 플랜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광옥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들은 각자 방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TV 생중계를 지켜봤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언론자유 침해와 세월호 문제 등에 대해 탄핵사유가 안된다고 언급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이 '최순실 국정농단' 부분을 읽은 뒤 전원일치 인용 결정을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선고 직후 한 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참모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퇴거 문제 등 대책을 논의했다. 일부 참모들은 '8대0'으로 인용 결정을 내린 헌재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참모는 "인위적으로 전원일치 결정을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참모들은 관저를 찾아 박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도와 국정안정에 애써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참모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으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기도 했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야 하지만, 대부분 참모들은 차기 대통령이 정해질 때까지 청와대에 남게 된다. 이들은 청와대에 남아 당분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정책적으로 보좌하게 되며, 차기 대선 이후 업무 인수인계 절차를 마친 후 청와대 생활을 마감한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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