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함께 잘사는 나라 창립보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판결 직전까지도 탄핵 기각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설사 파면되더라도 헌재에서 한두명 정도의 재판관이 기각·각하를 주장하면서, 보수 결집의 빌미가 남겨질 것으로 봤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숨죽였던 보수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태극기 집회를 중심으로 황 권한대행에 대한 대선 출마 압박이 거세진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헌재의 '8:0' 판결은 태극기 집회로 대표되는 보수 결집 에너지를 산화시켰다. 일부 과격 시위자들의 폭력행위로 그간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던 대다수의 애국시민들도 등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은 장고 끝에 대선 불출마 쪽으로 의중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운영의 마지막 보루이자 대선관리 총책인 황 권한대행이 이런 의무를 물리치고 대선판에 뛰어들려면 보수층으로부터의 강력한 인력(引力)과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황 권한대행에게 보수층 결집을 위해 결단을 해달라는 요청을 드렸는데, 아무 답도 듣지 못했다"며 "분위기로 봐서는 불출마를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도 "황 권한대행이 그간 고심을 거듭해왔지만 출마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최근 분위기로는 결국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황 권한대행 영입을 위한 특례규정을 둬, 당내 대선후보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물론 아직도 황 권한대행이 정치적 모험을 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보수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탄탄한 지지율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매일신문과 TBC가 폴스미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일과 12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35.2%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15.4%)를 두 배 차이 이상 벌리며 1위를 차지했다.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19대 대통령 선거일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황 권한대행이 '아직 고심 중' 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주 내로 황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공식화 할 경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황 권한대행으로 이어져온 보수표를 누가 가져갈지에 이목이 모아진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중도보수 빅텐트를 치려하고 있지만, 보수대통합의 키는 결국 중도 성향의 안철수 전 대표가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탄핵정국을 이끌었고, 이제 통합과 대안을 주장하는 안 전 대표가 보수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유력한 카드라는 분석이 많다. 호남과 젊은 층에서의 지지기반, 합리적이고 한결같은 이미지도 강점이다.
안 전 대표도 본격적인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종교 지도자, 개혁보수성향 인사들, 옛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지자 모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했던 '대한민국 국민포럼'에서 상임의장을 맡은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장관은 안 전 대표에게 지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국민포럼은 개혁보수성향 여권인사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 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조직한 반 전 총장 외곽조직이었다. 반 전 총장 지지모임인 '반딧불이' 일부 임원진도 안 전 대표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로 전해졌다.
또 안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10일부터 종교지도자를 만나면서 국민의 통합과 치유·화해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친문(친문재인) vs 반문(
[전범주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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