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17일 당 대선후보를 추려내는 예비경선에서 경선 참여 후보 3명을 확정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예비경선에서 본 경선 진출자로 뽑혔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1강(안철수), 2약(손학규·박주선) 구도에서 오는 25일 광주·전남·제주 경선을 치른다. 호남지역 민심이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만큼 25일 경선이 최종후보 선출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비해 열세인 국민의당 후보로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세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갈 곳 잃은 중도·보수 표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논리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매경과 통화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건의했고 안 전 대표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며 "안 캠프 내에 바른정당과의 소통 채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 측과 바른정당 유력주자인 유승민 의원 측은 물밑 접촉을 통해 4월 초 연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는 겉으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부정적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4일 "연대 시나리오가 난무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이건 자유한국당이건 박근혜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도 연대론을 일축하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탄핵 가결 공로는 인정하지만 어떤 공조나 연대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표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정치는 생물"이라며 "아직 대선 후보도 결정되지 않았다. 오늘 컷오프(대선 예비 경선)를 하는데 대선 임박한 시점 이야기를 하긴 (어렵다)"고 자락을 깔았다. 당 후보가 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연대설을 언급하기는 이르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후보가 확정되는 4월 초쯤 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내달 4일, 바른정당 후보는 오는 28일에 각각 정해진다.
다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호남 민심을 오히려 깎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호남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하다간 '집토끼'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중진 의원은 "연대나 단일화에 성공해도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양쪽의 지지율을 합친 것만 못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안 전 대표는 내달 3일(결선투표시 8일) 민주당 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가 확정될 경우 안희정 충남지사를 선호하는 중도·보수 표심이 자신에게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도·보수 표심을 껴안으면서 반문(반문재인) 대결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예비경선에 앞서 "이번 대선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다. 저 안철수,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대연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절체절명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개혁세력의 대연대가 필요하다"며 "집권 후에는 대연정이 필연적으로 필요하게 될 것이다. 패권반대 세력이 모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 비박계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측은 경선 캠프 이름을 '국민캠프'로 확정하고 4개 본부(미래기획본부, 국민소통본부, 국민참여본부, 국민정책본부)체제로 조직을 재편했다.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