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의 경선 압승이 확실시된 이날 합동연설회는 '안철수 대선후보 추대식'을 방불케 했다.
행사장에 직접 취재에 나선 기자단만 100여명으로, 앞선 6번의 경선 어느 때보다 규모가 컸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철수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꺾을 수 있는 대항마로 급부상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종후보 확정 이후 언론 취재를 위한 인터뷰 공간을 2개나 만드는가 하면 조명장치도 예전보다 훨씬 화려해졌다. 안 전 대표의 표정도 이전보다 훨씬 누그러졌다. 그동안 경직된 표정을 유지했지만 경선 막바지에 이르러 웃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이 날 연설에서 "저 안철수가 미래를 여는 첫 대통령이 되겠다. 스스로를 믿어야 국민들이 믿는다"며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는 모두 불살렀다. 국민에 의한 연대만 진정한 승리의 길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여기 계신 손학규 후보님, 박주선 후보님과 함께 압도적으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엿보였다. 박지원 당 대표가 최근 양자대결에서 안 전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앞선 여론조사를 소개하며 "우리 대한민국에서 문재인 대세론은 어제와 오늘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자 행사장은 환호로 들썩였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반신반의했던 자신감이 '해볼 만하다'는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민의당의 상승세의 배경에는 완전국민경선의 흥행이 있었다. 국민의당은 주요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사전 신청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당 관계자는 "당원 비중보다 일반 국민 비중이 더 높았다"며 "비율이 2대 8인데 당원이 직접 비당원을 데리고 와서 투표시킨 일종의 흥행전이었다"고 설명했다. 호남에서만 당 예상보다 훨씬 많은 9만여명이 참여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패배한 후보가 승리한 후보에게 덕담을 건내는 장면도 연출됐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연설에서 "이제 국민의당 경선이 끝났습니다. 안철수 후보님 축하합니다. 박주선 의원님 애쓰셨습니다"라며 패배를 인정하고 두 후보에게 덕담을 건냈다. 행사장에 있던 지지자들은 지지후보에 상관없이 일제히 손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고 하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종경선 당일 패배수락 연설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던 민주당 경선에 비해 후보자나 지지자들 사이에 앙금은 훨씬 덜했다. 한 지지자는 연단을 향해 "대통령 안철수, 국무총리 손학규"를 외치기도 했다.
향후 손 전 대표와 박 부의장은 당 내부에서 안 전 대표를 직간접적으로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부의장은 공동 선대위원장으로써 안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