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담긴 중요 자료를 우리 외교부가 20여년 전부터 은밀하게 보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 국제법의 대부로 불리는 고(故) 백충현 서울대 법대 교수 10주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매일경제신문이 외교부의 보유 여부를 처음 확인한 자료는 '관판 실측일본지도'다. 19세기 일본 에도 막부 주도의 공신력 있는 관찬지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독도문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지도는 1870년에 정식 발행되어 '일본 지도 제작의 모본(母本)'이라고 불린다. 지도는 1900년대 초 실측 당시 에도막부의 영토인식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후 메이지 시대의 많은 관제지도 역시 이노 다다타카의 지도를 기초로 해 작성됐다. 그런데 이 지도를 보면 오키 제도는 보이지만 그 위에 위치해야 할 독도는 어디에도 없다. 당시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인식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지도의 사진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일본 측은 '관판 실측일본지도'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의 허구성이 들어날 것을 우려해 한국 연구자들의 자료 접근을 차단해 왔다. 지도를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한 대학도서관도 지도에 대한 촬영 조차 허락하지 않아 백 교수는 도쿄의 전문 서점을 수시로 드나든 끝에 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지도 원본을 외교부가 확보하고 모처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최상의 상태로 보존될 수 있는 오동나무관 안에 지도를 보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아직 '관판 실측일본지도'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들을 이미 다수 공개하고 있다"며 "다양한 기회를 통해 관련 자료를 공개할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도는 일본의 김정호라 불리는 이노우 다다타카(伊能忠 1745~1818)가 1800년부터 1817년까지 17년 동안 일본 전체를 실측하고 1821년 완성한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기초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두 지도 모두 독도와 관련한 어떠한 표기도 되어있지 않아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국내 대표적 독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다다타카의 '대일본연해여지전도'는 10여차례의 실측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5차 실측부터 에도 막부가 지원했던 국가 사업이었다"며 "당시 다다타카는 10차례의 실측 과정에서 독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이는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닌 직접적 증거이자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故) 백충현 교수는 196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8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냈다. 한국인 최초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을 지냈으며 국제중재재판소 재판관으로도 활동했다. 프랑스에 약탈 당했던 외규장각 의궤 반환, 독도 영유권 분쟁, 을사늑약의 국제법적 불법성 등을 밝히는데 앞장서 온 고인은 뇌출혈로 지난 2007년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한편 고 백충현 교수 10주기를 맞아 그의 생애를 담은 전기가 출간된다. 간송 전형필, 수화 김환기, 김수환 추기경 등의 전기를 쓴 이충렬 작가가 집필했다.
백 교수의 차남인 백영진 씨는 "1998년 아버지께서 당시 돈으로 1000만엔(1억원)이란 거액의 사재를 들여 지도를 구입, 한국으로 갖고 왔지만
[김연주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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