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행보에 착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보수·중도층의 표심을 빠르게 흡수하며 파죽지세의 기세로 1위 자리를 위협하고 나서자 일정을 급변경해 경선에서 패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 껴안기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특히 경선 때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층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적폐청산'으로 대표되는 문 후보의 대선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는 6일 저녁 충남 홍성에 있는 안 지사의 관사를 전격 방문했다. 지난 3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사흘 만이다. 문 후보와 안 지사는 저녁식사를 한 뒤 산책을 하며 경선 과정에서 서운했던 감정은 털고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비공개 자리였던 만큼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는 게 문 후보 측 전언이다.
양자간 만남은 다음날인 7일에도 이어졌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충남도청을 방문해 안 지사와 차담회를 했다. 이번에는 언론 앞에서 두 인사가 대선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안 지사는 미리 차가 들어오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직접 문 후보를 영접했다. 문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둘은 활짝 웃으며 포옹하며 인사했다. 경선 때 앙금은 찾기 힘든 모습이었다.
접견장에 들어와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문 후보는 "안 지사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기 때문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기 어렵지만, 안 지사 캠프에서 활동하셨던 분들과 선대위에서 함께 하는 것은 물론, 안 지사의 가치와 정책도 이어 받고싶다"면서 "특히 전국 시도지사들과 함께하는 제2 국무회의를 신설하겠다는 부분은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문재인 공약으로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안 지사는 선거법상 지자체장의 선거개입 금지 규정을 의식해서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힘을 모으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안 지사는 "나는 정당주의자다. 경선 결과가 나오면 모두 승복하고 당의 이름으로 힘을 모아야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와 안 지사의 통합행보는 차담회 후에도 계속됐다. 둘은 자리를 옮겨 도청 근처 충혼탑에서 참배한 뒤 "경선 때 안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문 후보 캠프를 비판하는) 글이 관심을 끌었다. 어떤 심정이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 지사는 웃으면서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다투면서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라며 "다툼 그 자체보단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데 우린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 지사와의 경선 갈등은 확실히 봉합했다고 판단한 문 후보는 성남시로 발길을 돌려 이날 저녁 또다른 경쟁자였던 이재명 시장도 만났다. 이들은 회동에서 마찬가지로 경선 때 앙금을 풀기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문 후보는 주말인 8일 안 지사, 이 시장은 물론 최성 고양시장까지 함께 만나 소주잔도 기울이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경선 후 호남을 방문하며 지역민심 다지기에 주력하던 문 후보가 당내 통합행보로 선회한 것은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급부상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양자대결 구도에선 문 후보가 오히려 안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다자구도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으로 나타나자 당내에선 "문 후보가 빨리 통합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경선 당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50%를 웃돌았지만, 경선 후 문 후보의 지지율이 35~40%의 박스권에 갇혀있는 것은 당내 경쟁자들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방증아니냐는 지적이다.
문 후보가 경선 기간 내내 "우리는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경선 후 패자들을 다독이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 후보 측도 당장 지역행보보단 당내 통합을 통한 중도층 껴안기가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리고 7일 예정됐던 부산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안 지사와 이 시장과의 만남으로 일정을 급변경했다.
문 후보는 이날 안 지사와 만남 후 "경선 후 안 지사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경쟁했던 후보들이 다시 하나가 됐다. 안 지사의 정신과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지지했던 분들도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문 후보는 안 지사와 회동 후 이 시장을 만나기 전 짬
[홍성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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