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안풍(安風)이 태풍으로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안풍의 지속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 곳 잃은 보수표가 일시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쏠렸을 뿐 지속성은 약하다”고 평가한 반면, 한켠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지율이 잠시 반짝했다 빠진 후보들과는 달리 앞으로도 견고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안풍이 미풍으로 그칠 것이란 예상의 근거로는 반기문-황교안-안희정을 거친 반문(반문재인) 성향의 부유(浮遊)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속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갤럽이 지난 4일~6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95%신뢰수준±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에 따르면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현재 지지 후보를 앞으로도 계속 지지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 지지자 중 58%가 ‘그렇다'고 답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자 중엔 55%가 ‘그렇다'고 답해 양 지지층의 결속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의 지지층은 문 후보의 지지층보다 결속력이 많이 약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59%였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각각 32%, 37%를 기록해 결집력이 다소 떨어졌다. 심 후보와 유 후보 지지층의 낮은 결집력으로 인해 향후 진보·보수 유력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본선 후보가 모두 확정이 된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문 성향의 유권자들은 3가지 선택지(안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중 현재 승리 가능성이 높은 안 후보로 많이 기운 상황이다. 초반에 낙마한 반 전 총장, 출마 자체가 불확실했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당내 경선 통과가 불투명했던 안 지사와 결정적으로 다른 대목이다.
안 후보가 보수세력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반문 성향 유권자 수가 매우 많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무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반문 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1577만표 정도로 보면 된다. 이들은 절대 문 후보를 찍지 않는다"며 "그때 문 후보가 1469만표를 득표했는데, 여기서 안철수 후보의 몫과 일부 호남표를 제외하면 1000만표 내외가 현재 문 후보의 득표다. 즉 1500~1800만표 가량의 반문표를 안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3명 후보가 나눠먹는 구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최근(4~6일)과 지난 2012년 선거 당일(12월 19일)의 여론조사 결과(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비교하면 17개의 지역(6)·세대(5)·직종(6)별 항목 중 82%인 14개 항목에서 우열이 일치했다. 즉 최근 조사에서 드러난 각 항목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우열이 5년전 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간 지지율 우열과 양상이 유사했던 것이다.
이제 관건은 이들 반문 유권자가 실제 투표장에 지난 대선 때 만큼 나올지, 보수진영인 홍 후보의 지지율이 막판에 반등할 지에 달려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홍 후보는 확장력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또한 보수층에게도 그리 인기 있는 후보가 아니라서 현재의 10% 내외의 지지율이 최고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전체 유권자의 15%) 중 약 5%포인트 정도는 이미 안 후보에게 이동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일각에서 '남을 떨어뜨리려는 표는 실제 투표장까지 안온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정치학 교과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얘기다. 실제로는 '누군가를 되게 하려고 나오는 유권자'보다는 '떨어 뜨리려 나오는 유권자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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