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국 구상과 함께 자신이야말로 차기 지도자임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문재인 “나는 흙수저, 안은 금수저”
문 후보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격적인 안 후보 비판에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저는 촛불민심과 정권교체를 대표하는 후보이며, 안타깝게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권을 연장하려는 기득권 세력 지지를 받는 후보"라며 "안 후보가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 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언론을 통해 모든 국민이 아는 바 아니냐"고 밝혔다. 안 후보가 자신을 겨냥해 '무능한 상속자'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안 후보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살아오신 분이고 저야말로 흙수저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살아왔고 지금도 공감하는 후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문 후보 발언은 자신이야말로 정권교체의 정당성을 지닌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제기된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문 후보는 이날 "지금까지 우리 당이나 저와 함께 해오지 않은 분이라 하더라도 그럴만한 신망을 갖추고 대탕평·대통합 원칙에 맞는 분이 있다면 국무총리 뿐만 아니라 장관도 그렇고 얼마든지 발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역시 이날 언론인터뷰를 통해 문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겨냥해 "적폐세력의 지지도 많이 받는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집권을 하면 지지하지 않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엄청나게 모욕적인 발언이어서 분노해야 할 일이다. 자기를 지지 안한다고 어떻게 적폐라고 하느냐"며 "'스페어타이어' '질소포장지'라고 비판하는 것은 정치인을 비판하는 게 아니고 국민을, 유권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발언은 문 후보가 그동안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는 했지만 문 후보를 반대하는 유권자들 역시 많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를 고립시키는 동시에 안 후보 자신은 확장성을 통해 중도·보수 표심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에 대해서도 "저는 오픈캐비닛을 만들겠다. 집권하면 대탕평 인사를 해 새 시대를 열 것"이라며 "상대방 캠프에 있었던 사람일지라도 문제 해결의 최적임자라면 쓰겠다"는 주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표심 블루오션 개척하라
최근 문 후보와 안 후보 행보를 보면 각자 자신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만큼 향후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같은 노력을 들여도 더 많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지역이나 연령층을 적극 공략하는 모양새다.
문 후보의 경우 지난 6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호남민심을 챙기는 동시에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다. 지난 7일에는 탄도탄 작전통제소·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안보태세를 점검하고 군 장병을 격려하는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젊은 층과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는 젊은 층 지지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지만 안 후보가 세운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호남에서의 지지세가 5년 전보다 다소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 후보가 첫 행보로 호남을 찾은 것은 안 후보의 지지층을 흔드는 동시에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양날개 중 하나인 호남에서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주 발표된 갤럽 4월 첫째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후보가 호남에서 52% 지지(안철수 38%)를 얻어 14%p 급등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반면 안 후보는 안보를 첫 행보 키워드로 꺼내들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인천 부평구의 육군 제17사단 신병교육대를 찾아 사격 등 훈련을 체험했다. 이어 안 후보는 9일 광주와 목포신항을 방문해 호남 민심과 세월호 챙기기에 나섰다. 행보는 문 후보와 비슷하지만 안보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강조해 자신의 강점인 확장성을 적극 활용해 보수층까지 외연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5.18발포 명령자 반드시 찾겠다”
야권 전통 지지기반인 호남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지난 6일 광주 방문에서 5·18 민주묘지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같이 부르자고 제안하며 "이번 5·18 기념식에는 반드시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만듭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역시 9일 5·18 민주묘지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발포명령자를 반드시 찾겠다. 전두환 회고록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며 "국민의당이 발의한 5·18 특별법을 꼭 통과시키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호남에서는 안 후보에 앞서있다. 그러나 호남이 이기는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호남에서의 압도적 지지를 얻기 위한 두 진영 대결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 = 김태준 기자 / 서울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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