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등 유력 대선후보들이 17일 기업범죄에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이들은 공익법인을 통한 재계의 부당한 지배력 행사를 차단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에도 동의했고, 일감몰아주기같은 불공정 관행도 엄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이날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공개한 10대 공약에서 이같은 재벌공약을 내놨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중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경유착을 차단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재벌을 손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표심을 얻기 위해 등장하는 사실상 '재벌 군기잡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는 "특권과 특혜 철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사회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재벌 자본주의 사회를 혁파하여 포용적 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세부 이행방안으로 우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청산을 위한 이른바 '적폐청산 특별조사위'를 설치하고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몰수를 추진한다.
또 재벌의 불법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의 재벌개혁 밑그림을 그렸다. 문 후보는 "계열공익법인, 자사주, 우회출자 등 우회적인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상법을 개정해) 다중대표소송제, 집중·전자·서면투표제 등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를 엄정하게 처벌하며, 사면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문어발식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 강화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 등 재벌갑질횡포에 대한 전면적 조사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지정 특별법 제정 △재벌이 장악한 제 2금융권을 점차 재벌지배에서 독립 등 네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위법한 재무회계상의 행위에는 국민소송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대한 법령상 근거없는 기부금 징수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안철수 후보의 재벌정책은 공정경쟁 강화와 비리기업인 엄벌, 규제혁파로 요약될 수 있다. 벤처 창업을 통해 업계 최고 중견기업을 키워낸 안 후보의 일관된 기업 철학이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안 후보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 생태계를 독점하고 있는 재벌들을 공정경쟁의 장으로 불러들여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독립적 경제사법기관으로 개혁하겠다는 공약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안 후보는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공공·재벌기업에 대해 강제적 분할을 명하는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감몰아주기와 담합, 기술탈취 등 벤처·중소기업을 옥죄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불공정 관행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고 소비자집단소송을 도입해 대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권익보호 강화도 약속했다.
안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박정희의 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건희의 아들), 문 후보(노무현 정부 상속자)를 '상속자'로 규정하면서 본인을 자수성가 대통령 후보로 대비시키고 있다. 그만큼 '상속자'의 대표 격인 재벌총수 일가의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재단을 통한 상속세 회피 방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총수일가가 가진 지분만큼만 권한을 행사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비리기업인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을 제한하며, 불법행위자는 회사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도 핵심공약이다.
다만 기업들에게 금지된 것 이외에는 모두 할 수 있게 하는 네거티브규제 시스템을 도입해 자율성을 최대한 살려주겠다는 게 안 후보의 생각이다. 안 후보는 미래산업과 경제성장은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강계만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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