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방한 둘째날인 17일 남북 대치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향해 경고 메신지를 보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현장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개발 포기를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한미 동맹은 철통(Ironclad)처럼 견고하다. 북한은 동맹국과 함께하는 미국의 의지를 오판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은 평화로운 수단, 협상을 통해서 안보 문제를 풀고 싶다"면서 "그러나 한국인들과 계속 협력하면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이 지역 우리 동맹국의 인내심이 다했으며 우리는 변화를 보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무모한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싶으며, 지속적인 탄도 미사일 사용과 실험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데 "엄청난 지렛대"(extraordinary levers)를 활용하기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도 전했다. 이어 "미국인들의 메시지는 우리가 평화를 원하지만 항상 힘을 통해 평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라며 "오늘 여기서 주한미군, 용기 있는 한국 군인들과 함께하는 내 메시지는 결의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방한 첫째날 한미 장병과 부활절 예배를 가졌던 온화한 모습과 달리 항공 점퍼 차림의 펜스 부통령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DMZ 방문은 다른 국가가 아닌 한국에서만 소화할 수 있는 일정으로 '비대칭적' 성격을 지닌다"며 "미국의 '2인자'가 남북 대치의 최전선을 방문한 것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함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도착,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을 찾아 장병들의 복무 상황을 살피고 격려했다. 그는 '자유의 집'을 "자유의 최전선"(frontier of freedom)이라고 표현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8월 18일 보니파스 대위를 비롯한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에게 살해당한 '도끼 만행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다.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따 명명된 부대다. 당시 한반도는 북한이 한발 물러서며 '유감'을 표시하기 전까지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 사태로 치달았다.
이어 펜스 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측을 살폈다. 펜스 부통령은 "64년전 아버지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던 영토를 실제로 보아 감회가 새롭다"며 "한미 장병들이 자유의 최전선인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어 한·미간에 '흔들리지 않는 유대(unshakable bond)'를 언급했다. 펜스 부통령의 아버지 에드워드 펜스는 6.25전쟁 참전의 무공을 인정받아 동성훈장을 받은 참전 용사다. 펜스 부통령의 이날 방문엔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동행했다. 또한 펜스 부통령의 부인 캐런 여사와 두 딸도 함께 판문점을 방문했다.
DMZ 방문 전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한반도 정세를 보고받은 펜스 부통령은 이후 바로 헬기를 타고 DMZ로 이동했다. 주한미군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브룩스 사령관과의 아침 회의(early morning meeting)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함께 게재된 사진에는 흰 셔츠에 붉은색 타이 차림의 펜스 부통령이 브룩스 사령관과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와함께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오찬을 겸한 면담을 가졌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펜스 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총리공관에 도착하자 미리 우산을 들고나와 펜스 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오른손으로 우산을 받쳐 들고 기다리던 황 권한대행은 펜스 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자 나란히 우산을 쓰고 오찬장소인 '삼청당'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삼청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으며 50m가량 걸어서 이동했다.
이어 삼청당에 들어선 황 권한대행은 펜스 부통령에게 "방한을 환영한다. 우리는 펜스 부통령
이에 펜스 부통령은 "이번 방문은 여러 달 전에 기획된 것인데, 타이밍이 중요해졌다. 한국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태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