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지난 17일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에서 자신의 선거 포스터 논란에 대해 "대선에서 포스터에 나온 얼굴 크기가 작은 사람만 계속 당선됐다고 한다. 그 확률이 100%였다는데, 이번에는 제 얼굴이 제일 작다"고 웃어넘겼다. 농담조로 한 이야기이지만 안철수 후보 스스로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징크스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통 우연이 몇번 겹치면 징크스라고 부른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시작된 후 6번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우연이 겹쳤던 현상들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말한 포스터에 얼굴 크기가 작게 나온 사람이 당선됐다는 것도 그런 우연 중 하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징크스를 이어갈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대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대선 징크스 중 하나가 '충북에서 패하면 대통령이 될 수없다'는 것이다. 박빙으로 치러진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충북지역에서 7% 앞섰고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8% 가량 앞섰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DJP연합으로 충청권에서 승기를 잡았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의 지지를 끌어냈다.
'대통령 충북 결정론'은 어느 정도 과학적·통계학적 근거가 있는 징크스다. 미국 대선의 향배를 결정하는 '쉬윙 스테이트'처럼 충북 지역이 인구 구성이나 지역성 측면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충북 결정론'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 여론이 처음에는 반기문 전 유엔총장에게 갔다가 그 다음에는 안희정 충남 지사에세 쏠렸는데 갈 곳 잃은 표심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과학적 징크스 중 하나가 '역전 불가론'이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전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에서 뒤집힌 적이 한번도 없다는 징크스다. 이 역시 1987년 이후 6번의 대선에서 한번도 깨지지 않았다. 후보간 검증 이슈가 이미 공식 선거운동 돌입 전에 모두 제기되고, 단일화 논의 등 선거 구도 역시 미리 짜졌기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에는 소폭 상승과 하락만 있을 뿐, 전세를 뒤집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 징크스가 유지될지, 깨질지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각 보수와 진보 성향 후보에게 몰표를 줘왔던 대구경북과 호남의 유권자들의 표심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접전 양상을 벌일 경우에는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올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는 약 10% 정도의 표심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다른 어떤 선거 때보다 유동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로 일찍 결정된 후보가 이긴다는 것도 한번도 깨지지 않은 우연인데 이것도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징크스다. 정당에서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해서는 경선 원칙과 일정 등에 대한 후보간 합의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의 화합력이 좋아야 한다. 또 경선일정을 빠르게 마칠 수록 '컨벤션 효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 일정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발 변수로 결정되는 바람에 이 징크스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이 항상 엇갈려 왔다는 것도 깨지지 않은 징크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는데 미국 대선에서는 진보성향의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됐고 1997년 진보 성향의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으나 2000년 미국 대선에서는 보수 진영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다.
부시가 미국 대통령일 때 실시된 2002년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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