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0% 함께 한다.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 의지는 철갑(ironclad)같이 공고하다"며 지난 17일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한국 외교·안보의 헛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출동 소동과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돌출 발언은 미국·중국 간에 '고공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더해준다. 북한은 지난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과시했지만 우리 군은 사거리 800㎞의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족하는 실상이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시진핑 주석 발언에도 한국 정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긴박한데도 리더십 부재를 이유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외교 안보라인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미국 칼빈슨호의 한반도 출동 소동으로 국방 분야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실험 위협이 커지던 지난 8일 미 태평양사령부는 칼빈슨호가 한반도 해역으로 출동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호주와 연합훈련을 벌였다. 칼빈슨호는 미국 언론이 이같은 사실을 밝힌 후에야 25일 한반도 진입을 목표로 기수를 돌렸다.
미국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말이 무성한 가운데 국방부는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 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한미 간에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항로나 이동상황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이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국방부의 정보력으로는 칼빈슨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이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며 "국방부가 알았는데도 입을 닫았다면 우리 정부 스스로가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매번 미국과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전력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오는지를 발표하는 국방부가 왜 칼빈슨호에 대해선 함구했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려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중국도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응해 미사일 부대를 창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최신형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사정거리가 1000㎞에 달하는 둥펑-16 개량형을 운용한다. 반면 한미는 2012년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까지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합의했고, 5년이 지난 최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현재 우리 군은 사거리 300㎞ 이상의 현무-2A, 500㎞ 이상의 현무-2B 탄도미사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주석 발언 논란에 대해 중국 정부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은채 관영매체에선 오히려 적반하장식 반응을 내놓고 있다. 중국 공산당 산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사설에서 "한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몇 마디 말로 중국과 외교적 충돌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인들은 한국이 이룩한 성과를 존중하는데 왜 한국인은 자신감이 부족하냐"고 반문하며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이니 한국은 용기있게 그들의 동맹에게 물어보라"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만 밝힌채 발언 경위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정례브리핑 기록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인민일보와 CCTV 등 주요 관영매체들도 이번 논란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즉각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으며 뒷북 대응하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동북아 정치는 강대국의 정치와 강대국의 논리에 의한 흐름이 있어왔고 중견 국가나 약소국의 이익이 경시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현 국제 정세에서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언급하던 중 "바로 2∼3시간 전에 매우 '특이한 움직임'(unusual move)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북한산 석탄 수입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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