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존 F. 케네디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간 1960년 TV토론은 현대 정치사의 '결정적 한 장면'으로 꼽힌다.
1960년 9월 26일 시카고의 C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양당간 첫 TV토론은 케네디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당시 TV라는 신생 매체가 지닌 폭발성을 간파한 젊은 케네디에게 닉슨이 말려든 셈이다. 모두 네차례 열린 당시 토론은 박빙의 승부를 뒤집었다. TV토론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닉슨이 소폭 앞서갔으나 토론이 끝난 뒤 당선자는 케네디였다. 공화당의 패배 탓일까. 이후 세 번의 대선에서 TV토론은 열리지 못했다가 1976년에야 재개됐다. 미국은 1985년부터 2년간 전문가 연구작업을 거쳐 1987년 비영리기구인 '대통령토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과거와 달리 미국도 언론인들이 패널로 참여하던 방시에서 벗어나 후보간 토론에 집중하고 있다. 또 기조연설을 빼버리고 곧바로 토론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시청자 흥미를 유발하되 횟수는 세 번으로 굳어졌다.
실시간 '팩트체크'도 지난해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유행처럼 번졌지만 막상 선거 결과에는 별 영향을 못줬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2배 넘게 '거짓'을 말했고 토론도 상대적으로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당선됐다.
제19대 대선을 맞아 우리나라도 이른바 '스탠딩 토론' 등을 도입해 판에 박힌 암기형 토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총 6번(선관위 공식주최는 3번) 열리게 된 이번 대선 TV토론은 매회 토론의 룰이 바뀌면서 후보자들도 시청자들도 헷갈리는 상황이 빚어졌다. 또 관련 법규에 따라 원내 5당의 후보가 토론자로 나서면서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향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토론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토론 우열이 지지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엇갈린 평가가 가능해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상세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가장 토론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18%,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14%, 홍준표 자유 한국당 후보 9%,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6% 순이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보수성향 응답자 가운데는 홍 후보(25%)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한 점이다.
반면 진보성향 응답자 가운데는 43%가 심 후보, 28%는 문 후보가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비슷한 정치성향의 후보들이 더 잘했다고 믿는 경향성이 뚜렷이 드러난 셈이다. 'TV토론은 유권자들의 자기 확신만을 강화한다'는 정치학자들의 분석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진다.
토론회를 보고 문재인 후보에 대한 생각이 '더 나빠졌다'는 응답은 30%, '변함없다' 47%, '좋아졌다' 17%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안 후보와 홍 후보는 '나빠졌다'가 각각 44%, 42% 등으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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