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3자 후보 단일화'를 놓고 당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탈당설이 돌았던 이은재 의원(서울 강남 병)이 결국 자유한국당행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바른정당을 탈당한다"면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이념과 가치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이날 아침에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 소속 의원 8명과의 조찬회동에서 "같이 움직여야하고 마지막까지 (단일화) 노력을 해야지"라며 당장 탈당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반나절도 안돼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합치고 새로운 보수를 다시 세우는데 벽돌 한 장을 쌓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보수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친정인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뇌 끝에 결심했다"며 탈당의 변을 내놨다.
탈당한 이 의원을 비롯해 당 소속 의원 20명은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이날 발표하며 유 후보를 압박했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권성동·김성태·김학용·장제원 의원 등과 당 지도부인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종구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선이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만, 거꾸로 현실은 친문패권 세력의 대세론 속에 나라의 미래는 어두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유승민·안철수·홍준표 후보는 즉각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일촉즉발의 국가적 위기 속에 후보 개인의 입지와 정치 셈법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나만 옳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는 좌파 패권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넘겨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당내 대선 후보인 유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9일을 단일화 1차 시한으로 보고 유 후보에게 계속 단일화를 요구하는 한편 유 후보가 끝까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 후보는 단일화는 물론 중도 사퇴는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유 후보는 이날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적 절차를 거쳐 (후보로) 뽑아놓고 막판에 이렇게 흔들기를 하는 것은 정당 역사상 없었다"면서 "선거운동을 하기 싫으면 최소한 흔들기는 안 해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