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마다 호남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는 94.7%를 득표했고, 2002년에는 노무현 후보가 93.4%를 얻었다. 호남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도 지난 2012년 대선 때 89.2%를 몰아줬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어느 후보도 호남에 몰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유승민 등 보수우파 후보들의 지지율이 당선권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될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호남 유권자들 특유의 전략적 투표 의지가 많이 사라진 상태다. 어차피 정권교체는 기정사실화 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호남 지지를 양분하는 상황인 점도 과거의 득표율을 기대하기 힘든 요인이다. 한국갤럽의 최근 5주간 호남 지역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52%→47%→51%→39%→4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은 38%→36%→35%→30%→29%로 움직였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현재 판세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10~15% 가량 앞서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TV토론이 진행되면서 양 후보간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면서 문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형훈씨(54)는 4일 "안 후보에 마음이 있었는데 토론하는 과정을 보니 실망스러웠다"면서 "체급으로 치면 헤비급이 되는 줄 알았는데 미들급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5·18 유가족 중 한 사람은 "안 후보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데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꾼들에게 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신용주씨(43·광주)는 "때묻지 않은 안 후보가 전문 정치꾼들 때문에 자기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패권정치에 신물이 난 '샤이 안철수'표가 생각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순수한 안 후보에게 숨은 표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에서 운행하는 택시기사 최문식씨(55)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문 후보쪽으로 약간 기울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면서 "특히 50대 이상의 손님들 중 안 후보에서 문 후보로 바꾼 경우가 많다"고 승객들의 민심을 전했다.
다만 호남에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해소됐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국민의당이 23석을 얻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서울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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