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1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대선과 달리 17개 광역단체 어느 곳에서도 2/3 이상의 표를 싹쓸이한 후보가 없었다. 영남은 보수적이고 자유한국당 텃밭이라는 공식, 호남은 진보적이고 더불어민주당 안방이라는 등식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2위인 홍 전 후보를 557만 951표(17.1%) 차이로 제쳤다. 2007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와 격차인 531만표를 뛰어넘는 역대 가장 큰 격차다. 유례없는 조기대선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이 낳은 갖가지 기록들을 살펴봤다.
◆누그러진 이념투표...진보 47.3% vs 범보수 52.7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만들어낸 유례없는 조기대선이었던 탓에 보수표심이 사실상 결집의 동력을 상실하면서 표심의 '황금분할'을 만들어냈다. 범진보진영인 문 대통령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47.3%, 범보수 민심을 대변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합친 득표율은 52.7%로 팽팽했다. 문재인 시대가 열리면서 진보진영의 승리로 평가받지만, 보수와 영남의 패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TK)과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구에선 홍 전 후보가 45.4%를 얻어 문 대통령(21.8%)을 2배 넘게 앞섰다. 경북에서도 홍 전 후보(48.6%)와 문 대통령(21.7%)간 격차는 컸다. 경남에선 문 대통령의 득표율이 36.7%에 달해 홍 전 후보(37.2%)와 엇비슷했다. 부산에선 문 대통령(38.7%)이 홍 전 후보(32%)를 눌렀다. 보수진영을 대변해온 자유한국당의 홍 전 후보가 어느 곳에서도 과반 지지율을 얻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경남 거제 출신이란 점도 일부 반영됐지만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불어닥친 영남의 변화는 이번 대선까지 이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의 득표율에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의 안 전 후보의 득표율까지 합하면 홍 전 후보와 큰 차이가 없다. 안 전 후보는 대구(15%), 경북(14.9%), 부산(16.8%), 경남(13.4%)에서 선전을 펼쳤다. '보수의 성지'인 영남이 이처럼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 표를 나눠준 것은 '보수 적자' 찾기에 실패한 탓이 크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가져온 보수층의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보수 대결집 구호가 큰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데다 문재인 대세론이 줄곧 유지되면서 오히려 보수 표심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영남만큼의 호남도 과거 야권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주던 관행에서 벗어났다. 문 대통령은 광주(61.1%), 전남(59.9%), 전북(64.8%)에서 60%를 넘나드는 득표를 거뒀다. 하지만 안 전 후보 역시 광주(30.1%), 전남(30.7%), 전북(23.8%)에서 적잖은 표를 끌어모았다. 물론 홍 전 후보는 광주(1.6%), 전남(2.5%), 전북(3.3%)에서 사실상 전멸하며 영남보단 벽이 높은 지역구도를 재확인시켰지만 중도·보수 표심을 업은 안 전 후보가 적지
김형준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이념, 지역대결보다는 오히려 세대대결이 크게 작용한 선거였다"며 "이제 유권자들은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 이념과 지역구도에 기대는 정치에 더이상 표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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