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업무 첫날 일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로 마무리했다. 급박한 한반도 안보를 고려해 정상간의 소통을 미룰 수 없다는 한미의 공감대에 따라 한국시간으로 밤늦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뤄졌다. 양 정상의 첫 통화는 방문 요청이 오가고 전화통화도 수시로 하기로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첫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강한 공감을 나눴고 굳건한 한미 동맹 유지의 필요성에도 상호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며 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덕담을 건넸다.
양국 정상은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및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자며 북핵 문제를 두고 긴밀한 협력의지를 확실히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회담을 위한 초청 의사를 밝히며 "오시면 충분한 예우를 갖춰 환영하겠다. 우리 두사람의 선거 승리를 같이 축하하자"고 말한 것은 동질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쪽 모두 새로 출발한 정부의 리더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내 통화에 활용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특사단 파견으로 화답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현안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달라"고 적극적으로 응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기존 관습'에 얽매인 사고보다 그의 '기업인 배경'을 고려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주목된다. 외교부 동북아 국장을 역임한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트럼프는 기존 관료의 생각을 벗어난 협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CEO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미 측에서 생각지 못한 역발상을 구사하며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진행된 취임행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조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미 동맹 강화와 더불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협상론도 꺼내들었다. 향후 한미 관계를 풀어내기 위한 다양한 구상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일단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엄중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 간에 신속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후보 시절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는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을 불식하고,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잃어버린 6개월' 동안 미국 주도의 북핵 논의로 '코리아 패싱' 우려가 고조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께 문 대통령의 방미와 임기 중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는 정부 초기 4강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포함해 이르면 6월 조기 방미를 통한 한미 정상회담과 7월 독일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한미·한중·한일·한러'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안보 라인 진용의 인선과 대북정책 등에 대한 정부 내 충분한 준비를 거쳐 G20 정상회의 기간 또는 이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의 조율에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이미 '최대 한도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을 마련했고, 사드 이슈도 양국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상하겠다"고 밝혀 이전 정부와는 다른 접근 방침을 시사했다.
취임 첫날을 맞은 문 대통령에게 미·중·일·러 4강 정상은 축전을 보냈다.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북핵 위협 등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과 일본은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외교부를 직접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축전을 전달했다. 외교부 소식통은 "주변 정상 축전이 이렇게 빨리 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각자 새 정부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중·일·러 3강 정상 간 통화도 이르면 11일, 늦어도 다음주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위안부 합의'라는 난제를 풀 한일 정상회담은 7월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때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역사 문제의 진정한 반성과 실용적 우호 협력의 동시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12·28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 도출'을 세부 목표의 맨 앞에 제시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에 걸쳐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거론한 데다, 강경한 대(對)일 여론을 고려하면 새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 일본 고위급 인사들의 거듭된 도발적 언사 등으로 외교적 마찰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새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 개선의 전략적 필요성과 상대방이 있
[안두원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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