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들의 초대 총리와 비서실장 인사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시기의 정국 상황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반영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후 불안해 하는 보수층을 고려해 호남 출신 관료인 고건 전 총리를 선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기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총리 인선에서도 다시 나타났다. 앞서 국민의 정부에서는 DJP연합에 따라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가 초대 총리를 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호남과 3당 합당의 한 축인 민주정의당을 배려하기 위해 황인성 카드를 선택했다.
이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첫 인사에서는 '친정체제' 구축이 두드러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당시 인수위원장이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대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근혜 당선인이 고령에다 정치적 야심이 없는 김 전 소장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전 소장이 낙마한 뒤 그 자리를 대신한 정홍원 전 총리도 정치색이 옅은 인물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전 총리도 '관리형'으로 분류된다.
안정에 방점이 찍혔던 초대 총리 인사와 달리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는 파격이 많은 편이었다. 이번에 51세의 임종석 비서실장 임명은 청와대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인사로 해석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6공화국 마지막 정무수석 출신인 김중권 실장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동서화합 차원의 인사가 예상되긴 했지만 6공화국 인사를 기용한 것은 파격이었다.
'모험'을 피한 인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곤 있지만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내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소야대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여당에선 '허니문' 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야권은 상황에 따라 검증 칼날을 벼를 준비가 돼 있다.
특히 이번 청문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이 오는 16일 교체되는데다 국민의당도 지도부 교체도 예정돼 있어 새롭게 구성되는 원내 파트너들의 협치 시험대도 된다. 현재 국회 의석 수는 제1당인 민주당이 120석으로 혼자서는 총리 인준조차 불가능하다. 인준을 위해선 재적(299명)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등에서 최소 30명의 협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김대중 정부 초기 김종필 전 총리가 6개월 동안 인준이 안 돼 큰 혼란을 겪었던 것을 기억한다"며 "국가위기인 만큼 국회와 협치해 (청문회를)잘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민주당은 한국당·국민의당 등을 향해 자극적 언사를 경계하면서 몸을 낮출 전망이다.
특히 송영길 의원이 전날 안철수 전 의원에 대해 정계은퇴를 거론했다가 강한 반발을 사자 입조심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실질적 인사청문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예전처럼 발목잡기 인사청문회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해선 "성격도 차분하고 정무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많은 자산을 가진 분"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 후보자가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중앙정치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여야 의원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무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에서 분리 독립한 국민의당 인사들과 교분이 두터운 점이 눈에 띈다. 이 후보자는 광주일고 45회인데 국민의당의 주승용 장병완 황주홍 의원(이상 46회), 김동철 의원(49회) 등이 고교 후배다. 박지원 전 대표와도 동교동 출입기자 시절부터 친밀한 관계다. 또 국민의당이 호남 출신 이 후보자를 '비토'하기는 정치적으로
[신헌철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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