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관진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정원장, 임종석 비서실장이었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이 배석했다.
NSC 상임위 멤버 중 임 비서실장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이고 다른 5명(김관진 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정원장)은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다.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응이 생명인 안보 이슈 성격상 NSC 멤버간 철학과 신뢰가 중요한데 대통령과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간에는 아무래도 호흡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중 후보자가 정해진 자리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유일하다. 안보실장과 외교·국방·통일장관은 아직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외교안보 상황이 엄중한만큼 준비된 사람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며 “능력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외교안보라인 인선은)늦어지는 게 아니라 신중을 기하는 것"이라며 "안보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 가운데 누가 가장 적임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적 대응'과 '외교적 경륜'을 두루 갖춘 인물을 고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안보실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외교·국방·통일장관이 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4강 정상' 통화에 모두 배석했고, 대선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을 다듬었던 정의용 전 제네바 대사(외시·5기)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북핵통'이 아닌 '통상통'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 이날 북한의 도발로 외교안보실장을 외교부 라인이 아닌 국방부 라인을 중용할 지가 마지막 변수다. 황기철·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과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백군기 전 의원 등 대선 기간 안보관 공세를 받았던 문 대통령의 버팀목이 되어 준 군 출신 인사들도 안보실장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인재영입 '3호'로 영입한 이수혁 전 독일대사(외시·9기)는 안보실장보다 외교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다. 비외교관 출신으로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도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도왔던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는 외교·
이 밖에 북미·북핵통인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외시·13기)도 실장 후보로 언급된다. 위 전 대사는 문재인 캠프에 몸을 담지 않아 가능성은 낮으나 외교부 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 '와일드카드'후보다. 김기철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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