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경제팀 진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선장 역할을 맡아야 할 경제부총리 인선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와 한팀을 이뤄야 할 청와대 정책실 인사도 늦춰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일자리창출 및 복지 공약과 관련해서 경제성장 어젠다 제시와 재원 대책 마련 부분이 다소 미흡했다는 판단 하에 경제부총리 후보군을 조윤제 서강대 교수,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 등 기존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 이외에도 관료 출신까지 넓혀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에따라 청와대 안팎에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등 전직 경제관료 출신들의 이름이 경제부총리 후보군으로 새롭게 오르내리고 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직업이 대책반장'이라 불릴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 등 위기 관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 대우조선 구조조정, 치솟는 청년실업률 등 현재 구조적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끌고 나가기 위해선 실력이 검증된 김 전 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소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IMF 구제금융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등 국가경제 위기 때마다 특별대책반장을 맡았다. 이명박정부를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박근혜정부에는 몸을 담지 않았다. 이번 대선 때 문 대통령 측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김 전 위원장의 형인 건축가 고 김석철 명지대 교수와 문 대통령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동창인 건축가 승효상 씨의 스승인데, 이런 인연으로 문 대통령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김 전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문 친구그룹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국장의 경우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변양호 신드롬'을 일거에 혁파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변 전 국장은 2003년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다가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됐다.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공직사회 전반에 책임 추궁이 뒤따르는 정책을 다루지 않으려는 보신주의와 책임 회피 경향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사후 책임을 두려워해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을 일컫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변 전 국장은 관료 출신 중 대표적인 증세론자이기도 하다.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국민개세 주의를 주장하는 동시에, 초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또 부동산·주식 등 자산 매각에 따른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병원 회장도 경제부총리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30년 넘게 관료생활을 하며 재경부 1차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박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은행연합회 회장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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