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후 지도부 정비를 놓고 내홍을 빚어온 자유한국당이 당 대표에 홍준표 전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수순으로 '교통정리'되는 분위기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친박은 제발 나서지 말아달라. 친박이 배제된 지도부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을 견제해야 할 야당 원내지도부의 역할이 가볍지 않다"고 덧붙여 원내대표직만 12월까지 유지하고 당권 도전은 포기할 생각임을 시사했다. 정 권한대행은 그 동안 홍 전 후보와 당권 경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 권한대행는 금명간 자신의 거취와 함께 차기 전당대회 시기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발언에 당장 친박계는 반발했다. 홍문종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배제될 사람은 정 권한대행"이라며 "특정 계파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정 권한대행의 원내대표직 임기 유지에 대해서도 당내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홍이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전 후보는 이날 미국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탄핵된 세력들이 또다시 준동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몇 안 되는 친박이 자유한국당의 물을 다시 흐리게 한다면 이제 당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의 '백기투항'을 계속 압박하는 전략이다.
최근 친박계 일각에서 홍 전 후보의 '바퀴벌레' 발언 등을 강력히 성토하면서 당권 추대는
홍 전 후보의 행보는 20년 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행보와 닮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회창 후보는 대선 패배 이듬해인 1998년 전당대회에서 신임 총재로 선출됐고, 이를 기반으로 2002년 대선에 재도전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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