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에 대응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며 대북 공조에서 한 목소리를 내온 한미 양국이 대아세안 외교에서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아세안에 북한과 '외교 단절'이란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며 '대북 압박' 동참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특사로 출국해 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을 방문 중인 한 관계자는 22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세안에 대북 압박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북한 '자금줄 차단'과 '외교 단절'을 당부한 대북 정책과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4월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며 상임•비상임 회원국에게도 북한과의 '외교 단절'을 요구했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런 미국 정부 움직임에 맞춰 같은 달 베트남과 스리랑카, 싱가포르를 방문해 강력한 대북 '제제•압박'을 당부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북 정책에 한 목소리를 내며 공조를 강조했던 양국이 아세안 특사 외교에서 미묘한 온도차를 내고 있는 셈이다.
특사단 관계자는 "한국과 아세안이 협력할 부분은 경제•문화 부문 등 다양하다. 과거 대북 압박 정책에 몰두했던 모습에서 벗어날 계획"이라며 "아세안 정상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현 정부 대북 정책을 소개하는 원론적 언급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미간 대 아세안 정책의 차이가 있다는 건 지나친 평가"라며 "북핵 대응에 있어 한미간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과거 대북 제재•압박에 중점을 뒀던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현안을 두고 한반도 주변국과 각종 현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아세안 관계에서 북핵 관련 공조 강화와 협의를 지속하되 보다 다방면에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사안을 집중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이 22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아세안 국가의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자료에 대북 제재•압박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특사단은 22일~25일에 걸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특사단 관계자는 "경제와 도시 협력과
외교부 소식통은 "외교부 내에서 과거 이름도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까지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외교가 지나쳤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색깔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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