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의원은 지금까지 인생의 중요한 국면에서 러시아와 인연을 맺어왔다. 러시아와의 첫번째 만남은 학생운동을 하면서다. 광주 대동고 3학년 때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송 의원은 대학 입학 후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당시 그의 이념적 좌표가 되 준 것들이 '러시아혁명사' 같은 책들이다.
러시아와의 두번째 만남은 1991년에 이루어졌다.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한 뒤 송영길 의원은 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폴란드와 체코를 거쳐 모스크바를 여행했다. 송 의원은 "그때가 고르바초프가 물러나고 옐친이 등장하는 시점이었는데 사회주의 붕괴 현장을 실제 보고 싶었다"며 "친구 1명하고 둘이서 오스트리아로 가서 체코 폴란드 헝가리, 3군데를 돌고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에스토니아, 사할린까지 돌아보고 왔다"고 말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혁명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야 겠다"고 결심하고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러시아와의 세번째 인연은 인천시장 재직시절에 이루어졌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패한 뒤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전함인 바랴크함의 깃발이 맺어준 인연이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러일전쟁을 러시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전쟁으로 생각하지만 당시 바랴크함의 선택을 '러시아의 영혼'이라고 생각할 만큼 영광스럽게 여긴다.
바랴크함은 1904년 2월 9일에 제물포항에서 일본 전함 10대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으나 끝까지 항전하다가 자폭을 선택했다.
송 의원은 "우리가 이순신 장관의 한산도 대첩을 기억하고 있듯이 러시아 사람들의 뇌리에는 이 전투가 남아있어 '제물포'를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바랴크함의 전함기가 인천시립미술관 수장고에서 지난 2002년에 발견됐는데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 재직시절에 이 깃발이 러시아 전역에 순회전시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당시 러시아 국영방송은 이 깃발이 인천을 떠나 러시아로 들어오는 과정을
송영길 의원은 이제 러시아와의 네번째 인연을 만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꿈이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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