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 정부 들어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이 나오자 각 부처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장기로 치면 '차(통상)·포(중소기업)'를 다 떼어주고 중소 부처로 추락할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산업 지원 업무 중 일부를 중소벤처부에 넘겨줘야 하지만 그래도 통상 업무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마찰로 인한 통상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통상 업무가 이전되면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업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논리를 폈는데 새 정부와 정치권에 받아들여졌다"며 "기존 통상 조직이 차관급 통상교섭본부로 승격된 만큼 국익을 우선한 현안 처리에 만반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던 외교통상부 부활이 좌절된 외교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상 업무 이전이 무산된 게 아쉽지만 앞으로 미국의 통상 압력 대응 등 외교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산업부와 적극 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승격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환호보다 걱정을 먼저 쏟아내고 있다. 부처 간 업무 조정과 산하기관 이전에 있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설 중소벤처부는 산업부의 산업 지원 업무 일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지원 업무,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업무 등을 이관받을 예정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부 승격과 함께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면서도 "그러나 중기청 내 중견기업 정책 업무를 산업부에 내주게 됐고, 산업부로부터 KOTRA와 무역보험공사를 이전받을 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 역시 "중소기업이 2개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 혼란이 예상된다"며 "중기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KOTRA 등 산하기관의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핵심인 '창조경제' 주무부처로 새 정부에서 존폐 기로에 섰던 미래부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기능이 대폭 강화되면서 반색하고 있다. 특히 한 해 20조원을 주무르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을 가져오면서 차관급 자리도 하나 늘렸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업지원 기능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능을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1차 정부조직 개편에서는 빠졌지만 꾸준히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처들은 내년 이후 예정된 2차 개편을 미리미리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고재만 기자 / 임성현 기자 / 진영태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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